미국 월드컴서 MCI인수 통신시장 M&A 도화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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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 통신업계에서 개구리가 뱀을 잡아먹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 장거리 통신시장에서 매출액으로 따져 업계 4위인 월드컴이 2위 MCI를 인수함에 따라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월드컴과 각축을 벌였던 브리티시 텔레콤 (BT) 이 미 통신업체를 상대로 새로운 짝짓기를 적극 시도할 전망이다.

월드컴의 MCI인수금액은 기업 인수.합병 (M&A) 사상 최대인 3백70억달러 (약 37조원)에 이른다.

월드컴의 인수 성사는 자사의 비싼 주가 (10일 현재 1주당 31.37달러) 를 무기로 내세워 MCI주식을 가진 MCI임직원과 BT측을 공략했기 때문. 앞으로 예상되는 통신업계의 합종연횡은 영국 최대 통신업체 BT와 미국 최대의 AT&T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해초 미 연방통신법 개정 이후 BT는 MCI와의 합병을 꾀했으나 이것이 수포로 돌아가게 돼 미국 지역통신업체인 GTE와 손을 잡거나 아예 AT&T와의 연합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AT&T는 네덜란드.스위스 등의 통신업체와 업무제휴관계를 맺고 있으나 현재 막후에서 GTE 인수협상도 벌이고 있으며 일본의 국제전신전화업체 KDD도 국내외 통신업체의 인수 추진을 선언하는 등 세계 통신시장에서는 앞으로 지역.사업영역을 뛰어넘는 합종연횡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AT&T에 필적하는 'MCI 월드컴' 이라는 거대 업체가 탄생한 만큼 통신시장의 요금.서비스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MCI의 내년 매출액은 3백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드컴은 이번 MCI인수금액 3백70억달러를 자사 주식으로 지급하는 한편, MCI 주식중 20%를 갖고 있는 BT에 대해 현금 70억달러와 MCI.BT 합병 약속을 어긴 위약금 4억6천5백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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