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국의 ‘유령 공항’과 예산 낭비 교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건설하고도 이용 실적이 없어 적자만 쌓이는 지방 공항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이 벌어질 모양이다. 정부는 지난해 정기편이 끊어져 유령 공항이 된 강원도 양양공항을 소형 민항기를 대상으로 한 정비공장으로 전환하고, 2004년 완공하고도 취항 수요가 없어 5년째 개항을 미루고 있는 경상북도 울진공항을 비행조종 훈련센터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 군용과 민간용으로 함께 사용 중인 광주·대구·포항·사천 공항은 아예 군 전용공항으로 바꾸고, 나머지 지방 공항은 민간에 매각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과거 정권마다 정치적 목적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건설한 지방 공항들이 총체적으로 부실화했으며, 이제는 더 이상 국민 세금으로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중앙정부의 예산을 경쟁적으로 따먹겠다는 일념에서 마구잡이로 지은 지방 공항들이 모두 막대한 국민 세금을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착공한 양양공항은 무려 3500억원을 들여 건설된 후 지난해 10월 정기편 폐쇄 뒤 공항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채 공사 직원 11명이 남아 하루 2700만원씩 까먹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착공한 울진공항은 1320억원을 들여 2004년 완공됐으나 뜨고 내릴 비행편이 없어 개항을 마냥 미루고 있다. 이들 지방 공항은 막대한 건설비를 날린 것은 물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공항 시설을 유지하느라 적지 않은 국민 세금을 축내고 있는 것이다.

지방 공항의 실패는 정치적으로 추진한 국책사업이 얼마나 끔찍한 국가적 낭비와 국민적 손실을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가 이제라도 그 폐해를 깨닫고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더 이상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최선의 구조조정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더 중요한 일은 이 같은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 앞으로 다시는 정권의 이해와 지역이기주의가 맞물린 무분별한 국책사업이 벌어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그러자면 우선 정권 차원에서 정부예산이 정권의 쌈짓돈이 아니라 전 국민이 피땀 흘려 모은 세금이라는 각성이 필요하다. 또 지방에서도 정부예산은 먼저 따먹는 곳이 임자라는 식의 무책임한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예산심의 때마다 지방경제 활성화를 빌미로 지역구의 민원성 사업예산을 끼워넣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 무엇보다 온 국민이 국책사업에 대해 철저한 감시의 눈을 부라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