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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강남 “명동서 넘쳐나는 일본 손님 모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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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요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객실은 90%가량 찬다. “이 정도면 값비싼 스위트 객실 몇 개를 제외하고는 빈 방을 찾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이 호텔 서광일 과장의 설명이다. 투숙객 중 일본인 관광객 비중은 69%다.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올라 일본인이 대거 한국을 찾아서다. 이는 시내 다른 호텔도 마찬가지다. 특히 명동은 쇼핑가와 호텔이 밀집해 있어 일본인을 겨냥한 패키지 상품 유치에 유리하다. 그런데 명동 일대 호텔에서 방을 구할 수 없게 된 일본인들이 서울 강남으로 흘러넘치는 현상이 지난해 말부터 나타나고 있다.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의 경우 올 2월 일본인 투숙객이 지난해 2월보다 142.6% 늘었다. 이른바 ‘명동 스필오버(spillover : 한곳에서 흘러 넘쳐 다른 곳으로 퍼지거나 영향을 미치는 현상)’ 효과다.

그러자 강남 일대 호텔과 백화점·강남구청이 일본인 관광객을 잡기 위한 총력 마케팅에 나섰다.

◆일본인 잡기 백태=다음달 1일부터 한국 세방여행사와 일본 잘팩(JALPAK)여행사가 강남북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일본인들을 강남의 가로수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과 삼성동 코엑스 등지로 실어 나르는 버스다. 강남구청은 강남 주요 명소를 돌아보는 1만원짜리 시티투어를 지난달부터 주 1회에서 주 2회로 늘렸다. 지난해 9월 시작한 이후 4개월간 440여 명에 그쳤던 관광객은 2, 3월 두 달간 380여 명으로 증가했다. 압구정·청담동 성형외과들과 강남세브란스·삼성서울병원 등 강남 병원 30개가 참여하는 의료관광 프로젝트도 지난달 시작됐다.

인터콘티넨탈은 바로 옆 봉은사와 일본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아침 공양 프로그램’을 놓고 협의 중이다. 이 호텔 52층 마르코폴로 레스토랑은 일본인을 위한 ‘에프터눈 티’세트와 ‘와인·맥주 뷔페’를 만들어 일본 여행사에 판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은 아사히 TV 오사카에 취재 지원을 했다. 방송에 소개된 코스를 돌아보는 특별 투어에 5월까지 1000여 명의 관광객이 신청한 상태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김형욱 팀장은 “일본 관서 지역 아침방송 중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이어서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명품관 식품관은 이달 중순부터 일본인이 좋아하는 상품을 모아 파는 특별 매대를 만들었다.

AK플라자, 코엑스 아쿠아리움, 청담동 후 스파, 한정식집 대장금 등 10개 업체가 모여 할인 혜택을 주고 업소를 소개하는 쿠폰 북도 나왔다. JW메리어트 호텔은 일본 담당 지배인이 분기마다 일본을 찾아 강남 전경과 호텔 인근 럭셔리 브랜드숍, 쇼핑 시설에 관한 동영상을 배포하고 있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은 매월 한류 스타 팬미팅을 열고 있다.

◆트렌드를 즐길 수 있게=20년 동안 일본인 관광객 유치 업무를 해 온 인터콘티넨탈 유경동 매니저는 “세계의 도시들은 누가 더 예쁘고, 유행을 좇는지 트렌드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서울의 트렌드와 문화를 잘 보여 주는 강남이야말로 일본인을 끌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을 알리려는 노력은 서울을 싼 물건을 쇼핑하는 곳이 아닌, 문화와 트렌드가 있는 곳으로 알리자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특히 강남을 찾는 일본 관광객은 단체 관광이 아닌 자유 여행객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강남 관광을 늘려야 할 이유로 꼽힌다. 한 예로 청담동 명품거리 초입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10꼬르소꼬모는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일본인 자유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세 배 늘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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