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민주당 합당 합의까지 긴박했던 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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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일 이회창 신한국당총재와 조순 민주당총재가 합의문을 발표하기까지 과정은 긴박의 연속이었다.

합당방침은 막후 협상라인을 통해 두 총재간에 묵계가 돼있었지만 정식 합의문 초안은 6일 신한국당 고위관계자가 서울봉천동 趙총재의 자택을 찾아 전달.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초안에 '후보 이회창, 총재 조순' 을 못박았던 것이다.

趙총재는 "막후 합의와 다르다.

이 부분은 합의할 수 없다" 고 거절했다고 한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신한국당 인사는 趙총재의 불편한 심기를 李총재측에 전달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6일 趙총재와 측근 참모 4명과의 긴급 회의에서 불거졌던 것. 측근들은 "신문에 후보가 이회창으로 다 확정된 것처럼 나온다" 며 발끈했다고 한다.

'뻔한' 부분임에도 원체 민감한 사항이어서 이 때문에 합의 자체가 깨질지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됐다.

그런 가운데 7일 오전 趙총재는 원주인격인 이기택전총재를 찾아 통합의 결심을 전하고 양해를 얻어냈다.

그러면서도 趙총재는 "이회창총재가 마음을 덜 비웠다" 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급해진 李총재는 오후3시 趙총재와 긴급 전화통화를 갖고 이견을 조율했다.

합의문중 '총재 - 후보 분리' 부분을 일단 삭제했다.

대신 趙총재의 입장을 고려해 '우리는 자신을 비우는 상호 양보의 원칙위에서 대선에 임한다' 는 표현으로 교체했다.

이같은 내용을 보고받은 李총재는 부국빌딩 후원회 사무실에서 'OK 사인' 을 냈다.

곧이어 자택에 머무르고 있던 趙총재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1차 합의' 를 봤다.

오후6시10분쯤 李총재는 전화로 "수습이 다 끝났으니 바로 만나자" 고 요청했고, 趙총재는 "알겠습니다. 가죠" 라며 공식 합당선언을 위해 집을 나섰다.

양당의 합당교섭에 급속하게 가속도가 붙은 것은 지난 4일. 신한국당 강재섭 (姜在涉) 의원과 趙총재의 장남 기송 (淇松) 씨로 가동되던 양측의 핫라인은 양당의 김태호 (金泰鎬) - 이규정 (李圭正) 총장라인으로 옮겨졌다.

공식화된 것. 李총장은 4일 오전 총재직.16대 총선 공천지분.당명개정등 민주당의 일괄 타결안을 제시했다.

金총장은 대구에 있던 李총재에게 하순봉 (河舜鳳) 운영특보를 급파해 "전격적인 타결을 위해 과감히 양보하고 일을 서둘러야 한다" 는 뜻을 전했다.

金총장은 그러면서도 일방적인 양보의 인상을 주지않으려 민주당측에는 "총재직 문제는 당론을 모아봐야 한다" 며 선을 그었다.

河특보로부터 서울 상황을 전달받은 李총재는 역시 대구에 온 趙총재측에 최측근을 밀사로 파견, 화답했다.

김진.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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