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카소비츠 감독…사회문제에 관심 많은 이민 유대인 2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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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프랑스영화들은 사랑이야기 등 사람들의 개별적인 이야기에 집착해 사회적인 문제들을 지나쳐 버린다.

나는 사람들이 가깝게 연관시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 젊은 카소비츠의 연출 지론이다.

그래서 그는 어른의 80%가 실업자이고 젊은이들 거의 모두 할일 없이 빈둥거리는 파리 근교의 빈민촌을 영화의 무대로 삼는다.

범죄, 혹은 비행의 원인이 범죄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이는 그가 헝가리 이민 유대인 2세라는 점에도 기인한다.

그가 혼혈아들의 애정 삼각관계에 휘말린 유대인 청년으로 나오는 '혼혈아' 는 자기 스스로를 패러디한 영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가끔 뉴욕의 유대인감독 우디 앨런에 비유된다.

기존 관습을 깬 새로운 소재와 스타일로 젊은 영화광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그의 영화들을 우리는 '증오' 를 시작으로 잇따라 만날 수 있게 됐다.

올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돼 격렬한 논쟁을 불러왔던 '암살자' 가 내년 1월께 개봉될 예정이며 수입사인 SKC측은 그때 카소비츠감독을 초청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프랑스의 대배우 미셸 세로가 장인정신 (!) 을 지닌 전문킬러로 나오는 '암살자' 는 그 킬러가 후계자를 기르는 이야기. 25살의 청년 막스는 마음이 약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실패하지만, TV를 보면서 자란 14세의 어린 소년은 거리낌없이, 놀이하듯이, 살인을 자행한다.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에는 TV모니터를 통해 끊임없이 폭력의 이미지들을 내보낸다.

'암살자' 는 직접적인 폭력장면이 많다는 점도 있지만 TV매체가 범죄의 근원인 것처럼 묘사한 점 때문에 많은 매스컴 관계자들의 감정적 반발을 샀다.

기자회견에서 "도대체 TV를 본 아이들이 다 그같은 킬러로 큰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건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

나는 TV에서 방영되는 대부분은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내 영화에 '우' 하고 야유를 보냈는데 도대체 어디가 어떻다는 거냐. 우리 한번 토론을 벌여보자" 라고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카소비츠는 '다이 하드' 적 고집을 지닌 반항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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