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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궁궐같은 … 완도에 한옥 산림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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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전남 해남군 남창에서 달도를 지나 완도에 들어서자마자 우회전해 동부도로(국도 77호선)을 따라 4㎞ 남짓을 달리다 ‘완도수목원’ 표지판을 보고 좌회전했다. 산길을 약 4㎞ 지나 수목원에 들어가자 산기슭 숲 위로 고래등 같은 기와 지붕이 보였다. 나무 난간의 다리를 넘어 찾아 가 보는 순간 ‘야-’ 탄성이 절로 나왔다.

완도수목원 직원 김태양씨가 산림박물관 바깥쪽에서 한옥 건축 양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전라남도가 완도군 군외문 대문리 수목원 안에 전통 건축 양식으로 산림박물관을 지었다. 공정이 95%로 건물은 거의 다 지었고, 내부 전시 작업을 하고 있다. 6월 중 문을 열 예정이다.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1층, 건축연면적 2059㎡ 규모다. 수장고 등으로 쓸 지하층(843㎡)은 일반 건물처럼 철근콘크리트로 지었다.

그러나 지상층은 고건축 양식으로 크게 지어 건축 명물을 예고하고 있다. 면적이 한옥으로서는 아주 넓은 1216㎡(약 380평)에 이른다. 이는 □ 형태로 배치된 건물·회랑으로 둘러싸인 중정(中庭·중앙 뜰)과 벽체 바깥쪽으로 나온 처마 부분을 제외한 순수 건축면적이다. 때문에 실제로는 훨씬 더 커 보인다. 작은 궁궐을 연상시킨다. 처마 끝을 기준으로 가로 47m, 세로 37m나 된다. 건물에 들어간 서까래가 880개다.

설계는 전남 화순에 있는 ㈜삼진의 이봉수 건축사가 했다. 그는 문화재 실측설계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목구조 공사는 국가 지정 문화재 등을 보수한 도편수 김창호(43·경북 고령군)씨가 총괄했다. 김씨는 산림박물관에 대해 “궁궐을 빼곤 단일 한식 건물로는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나무를 깎고 짜 맞추는 목구조 작업에 부편수·편수 등 25명이 붙어 9개월 동안 일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의 결구(나무와 나무의 이음새) 등에까지 전통 기법을 최대한 적용했다. 때 문에 공사비가 많이 들었다. 박물관 전체 사업비 101억여원 중 건축비만 54억원이 들었고, 지상 한옥은 3.3㎡당 1200만원가량이 들었다. 기둥 등은 흔히 미송이라고 부르는 북미 산 더글러스퍼, 서까래 등은 강원도 산 육송을 섰다.

건물 내부는 아쉬움을 남긴다. 난대 수종과 산림에 대한 전시를 현대식으로 꾸미는 바람에 한옥 특유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라남도 문화재전문위원인 천득염(56)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는 “외형은 전통 양식이고 내부 전시공간은 현대식”이라며 “박물관 같은 대형 공공건물에 전통 건축 양식을 도입한 전남도의 시도 자체가 대단하다”며 높게 평가했다.

완도수목원의 김태양씨는 “기와나 돌 공사도 내로라 하는 장인들이 맡아 했다”며 “산기슭인 데다 앞을 계곡이 막아 터를 넓게 잡지 못하는 바람에 공간이 여유롭지 않은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난대림에 관한 전시 내용 못지 않게 우리 전래 양식 건물 자체가 흡인력이 커서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해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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