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개막전 ‘이변의 레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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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버턴(29·영국)이 2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포뮬러 원(F1) 2009 시즌 개막전인 호주 그랑프리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실업자 신세였다. 버턴은 20세이던 2000년 F1에 데뷔할 때만 해도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F1 개막전에서 우승한 젠슨 버턴(右)이 동료 루벤스 바리첼로와 함께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버턴은 팀 해체로 실업자가 될 뻔했다가 1위를 차지했다. [멜버른 AP=연합뉴스]


그러나 F1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2006년 헝가리 그랑프리에서 단 한 차례 우승했을 뿐 지난해 성적은 20명 중에서 18위였다. 지난해 말 소속팀 혼다가 재정 부담을 못 이기고 해체하자, 그의 ‘레이서 인생’도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선수들과 함께 백방으로 스폰서를 찾던 감독 로스 브라운이 직접 팀을 인수했다. 브라운은 자신의 이름으로 팀을 만들어 혼다에서 동고동락한 버턴과 루벤스 바리첼로(37·브라질)를 다시 콕핏(조종석)에 앉혔다.

폭풍 같은 질주로 3년 만에 생애 두 번째 정상을 밟은 버턴은 “우리는 힘겨운 일을 겪었고, 이런 성과를 거둘 만한 자격이 있다”며 감격했다. 팀 동료 바리첼로는 레이스 막판 상위 레이서들이 충돌한 틈을 타 2위에 올랐다. 팀당 2명씩 출전하는 F1에서 새로 창단한 팀이 데뷔전 1, 2위를 석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챔피언 루이스 해밀턴(24·영국)은 1위에 2.9초 뒤져 4위에 그쳤다.

1950년 1회 대회를 연 지 60회째를 맞이한 F1은 올해 11월 1일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최종전까지 모두 17차례 레이스를 펼친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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