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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결혼 70주년 맞은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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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구 명예회장 부부는 신랑·신부 모두 10대였던 1939년 중매 결혼했다. 서양에서는 결혼 몇 주년이냐에 따라 이름이 붙는다. 1주년은 지혼(紙婚), 50주년은 금혼(金婚)이라고 한다. 신혼 초엔 결혼이 종이처럼 찢어지기 쉽지만 50년이 지나면 금처럼 강하고 빛난다는 뜻이다. 동양에는 결혼 60주년을 회혼(回婚)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결혼 70주년은 사례가 드물어 용어조차 없을 정도다.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구 명예회장은 요즘에도 한 달에 두세 번은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사무실에 들러 업무를 볼 정도로 건강하다.


구 명예회장 부부가 건강하고 금실좋게 살고 있는 이유로 ‘가족 화목’이 꼽힌다. 구 명예회장은 평소에 "가족 간이라도 예우를 갖추고 존경하라”고 말한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슬하에 구자홍 LS그룹 회장과 구자엽 LS산전 회장, 구자명 LS-니꼬 동제련 부회장, 구자철 한성 회장 등 4남 2녀를 뒀다. 손자와 증손자 등까지 셈하면 부부의 직계 가족만 50여 명에 이른다.

구 명예회장 자녀에게는 ‘삼만냥’이라는 독특한 모임이 있다. 두 달에 한 번씩 구 명예회장의 6남매 부부가 모여 식사를 한다. 바쁜 사회활동 속에서도 가족 간 친목을 다지기 위해서다. 대기업 가족이지만 1인당 식사비가 3만원을 넘지 않는 곳에서 식사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모임 이름도 ‘삼만냥’이다.

장남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두 분의 70년 결혼생활을 지탱한 가장 큰 힘은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라며 “지금도 가족에게 두 분의 정신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 명예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동생이다. LS그룹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구태회)·넷째(구평회)·다섯째(구두회) 동생의 자녀가 LG에서 분가해 만든 그룹이다.

구 명예회장은 일본 후쿠오카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서울대 재학 시절에는 하숙집에서 화장품 연구에 몰입해 투명 크림을 만들기도 했다. 1958년 4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6선 의원을 지내며 국회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금성사 부사장, 럭키금성그룹 고문, LG그룹 창업고문 등으로 활동하다 2002년부터 LS전선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다. LS그룹이 LG로부터 계열 분리하고 나서 4촌형제 간 공동 경영이 정착되기까지는 인품을 갖춘 구 명예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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