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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정책중심 경제 대토론회]“건국이래 최악의 위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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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26면

최근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들고 대기업들이 잇따라 침몰하는등 우리 경제상황이 그 어느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우기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투명한 정치상황과 맞물려 기업들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며 큰 걱정들이다.

이에 중앙일보는 서울방송 (SBS) , 기업문화포럼과 공동으로 현재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대선후보들과 경제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는 '경제 대토론회' 를 마련했다.

이 토론회에서 여야 대선후보들은 모두 경제적 난국을 타개하기위한

정부의 과감한 처방을 촉구 선거를 앞두고 불투명한 정치상황과 맞물려 기업들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며 큰 걱정들이다.

이에 중앙일보는 서울방송 (SBS) , 기업문화포럼과 공동으로 현재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대선후보들과 경제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는 '경제 대토론회' 를 마련했다.

이 토론회에서 여야 대선후보들은 모두 경제적 난국을 타개하기위한 정부의 과감한 처방을 촉구했다.

또 패널리스트들은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인들의 기업하려는 의욕을 되살려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고 입을 모았다.

금융개혁법안의 조속한 통과와 원활한 구조조정을위한 정부의 제도정비등을 재촉구했다.

이 토론회는 대선후보들의 경제정책 방향을 소개하는 기조연설과 최근의 ▶금융위기▶산업구조조정▶고용안정▶중소기업 지원 등 현안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을 듣고 (녹화방영) 패널리스트들이 이와 관련한 의견을 피력하는 (생방송)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회자 = 그동안 여러 차례 경제위기가 있었으나 대기업 부도사태.금융위기와 환율.주가문제등 최근엔 정말 어렵다고들 한다.

국민들은 도대체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언제쯤 회복될지, 대통령 후보들은 어떤 처방전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토론에 앞서 녹화한 15대 대통령 후보들의 경제관을 들어보자. 〈27면 요약참조〉 ▶사회자 = 후보들이 지적한 것처럼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금융위기다.

치솟던 환율과 주가가 최근 약간 안정되긴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손병두 = 정부가 강력한 안정화 시책에 나섰지만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금리도 불안해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장현준 = 일단 위기상황은 넘겼다.

그러나 환율.외환수급 문제등 아직 불안하다.

▶사회자 = 흔히 말하는 체감경기는 어떤가.

▶조남홍 =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어려움이 크다.

많은 기업인들이 '사상 최악의 위기' 라고들 한다.

▶박상희 = 올들어 하루 50~60개씩 중소기업 부도가 났다.

'건국 이래 최악' 의 상황이다.

부도등으로 인해 4백수십명의 중소기업인들이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남순 = 경제가 어려워지자 기업들은 사업을 축소하고 감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신규 취업이 어렵고 기존 직장인들도 실업 공포에 떨고 있다.

▶사회자 = 우리 금융산업이 낙후된 줄은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환율이 치솟고 주식이 폭락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신조 = 첫째 고비용.저효율로 상징되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다.

여기에 대기업 부도로 금융기관이 어려워지면서 대외 신인도가 떨어졌다.

둘째 외국인 투자가들이 대거 한국을 떠났다.

세째 외국인들의 주식 투매는 달러 회수로 이어지고 이것이 외환 위기를 가중시켰다.

▶손병두 = 결국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진 것이 기본적인 원인이고 최근 잇따른 부도사태에 대해 정부가 기민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사회자 = 정부에서 뒤늦게 수습방안을 내놨다.

채권시장의 조기 개방과 현금차관의 도입확대를 통한 환율 안정책인데 유효적절한 조치였다고 보는지. ▶조남홍 = 핵심은 해외에서 국내로 돈을 더 들여오겠다는 조치지만 그 정도로 충분하겠는지 의문이다.

▶박상희 =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겠지만 이런 조치로 대외 신인도를 높일 수 없다.

기업입장에서는 금리를 내리거나 양건예금에 철퇴를 가하는등 금융개혁과 관련된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자 = 주식시장을 더 개방하면 외국투자가들에 의해 주식시장이 좌우될 확률이 더 높아지지 않는지. ▶손병두 = 최근 동남아 증시의 위기를 지나친 개방탓으로 돌리는 의견도 있으나 이는 해당국 경제의 기초체력과 관련된 문제다.

▶사회자 = 대통령 후보들이 제시한 금융정책을 들어 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강신조 = 우리나라도 '금융기관은 망하지 않는다' 는 신화가 깨질 시기가 됐다.

금융개혁에는 무엇보다 '시장원리' 가 지켜져야 한다.

▶장현준 = 후보들의 공약이 서로 별 차이가 없는데 앞으로 좀 더 차별화된 정책을 기대한다.

금융개방에 대비해 단기적으로는 금융기관이 안고 있는 막대한 부실채권들을 해소할 방안이 시급하다.

장기적으로는 책임경영을 확립하고 경쟁을 통해 서로 성장해 나가는 분위기 정착이 필요하다.

▶박상희 = 중소기업 금융을 전담할 전문금융기관이 필요하다.

▶조남홍 = 금리를 최소한 경쟁국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

금융기관들도 스스로의 경쟁력을 점검해야 한다.

현재 금융기관 종사자가 15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적정한지 의문이다.

또 저축률이 떨어지고 있는데 금융소득 4천만원 이상이면 종합과세함에 따라 과소비로 흐르고 저축을 안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자 =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지금 구조조정기에 놓여 어렵다고 말한다.

기아사태가 경제위기를 가중시켰다는 의견도 있다.

▶손병두 = 올해 부도 업체수는 10월말 1만2천여개에 달해 지난해 전체 (1만1천6백개) 수준을 넘어섰다.

부실기업들 자구노력 과정에서 부동산 매각에 과중한 세금이 붙어 어렵다.

대책이 필요하다.

▶장현준 = 지난 30년간의 고도성장기에 '몸집을 키우면 안 죽는다' 는 이른바 '대마불사' 론이 팽배해 기업들이 차입을 통한 덩치 불리기에 주력한 게 화근이다.

또 이런 기업을 감시.견제해야 할 금융시장과 주식시장이 제대로 성숙되지 않았던 탓도 있다.

▶강신조 = 부채비율이 타국의 2~3배에 달할만큼 차입경영이 만연했고 방만한 경영과 부실한 재무관리도 이유다.

▶손병두 = 옳은 지적이나 지금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시켜야 할 시기니 너무 나쁘게만 몰아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회자 = 부도 원인은 일차적으로 기업 경영자의 책임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실제로 요즘 기업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조남홍 = 최근 기업, 특히 대기업에 대한 따가운 시선들이 많은데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상희 = 사업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제대로 않는 위장 기업가들 때문에 피땀흘려 일하는 수많은 중소 기업인들이 욕을 먹는 경우도 있다.

나는 앞으로 기업인들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자리를 빌어 국민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제발 수입품 사용을 자제하고 중소기업 제품을 애용해 달라는 것이다.

▶이남순 = 대기업의 하청기업 연쇄부도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근로자를 더욱 위축시키는 것은 기업의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로 명예퇴직.조기퇴직등이 강요되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파트타임등 임시직 비율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헌법제판소가 퇴직금우선변제조항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린 것도 고용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다 퇴직금도 못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해있다.

▶사회자 = 부도유예협약에다 협조융자협약까지 시도됐지만 기업 부도 도미노현상에 묘약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면 경제위기 해결의 당면과제인 산업구조조정으로 주제를 옮겨보자. ▶이남순 =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금융산업이 1, 2금융권으로 구분돼 있는데 이들이 조금만 채권회수를 기다려주면 기업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다.

2금융권도 은행권처럼 협조체제를 갖추고 채권단을 공동운용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기업의 자금난이 해소된다.

▶손병두 = 좋은 지적이다.

루머가 돌 때 금융권에서 한꺼번에 자금회수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가령 2년간 원금은 유예해주는 조치등이 필요하다.

▶사회자 = 대선후보들도 산업구조 조정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앞으로의 구조조정 방향은 어떻해야 하나. ▶강신조 = 80년대 미국에서는 일본기업의 경쟁력을 배우자는 붐이 일어났다.

그 결과 기업들은 다운사이징.리엔지니어링.리스트럭처링등으로 자구노력을 강화했다.

또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첨단기술 개발에 전력하면서 고임금을 고생산성으로 끌어올려 지난 10년동안 세계경제를 주도할 수 있었다.

일본도 역시 이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박상희 = 고비용구조 해결의 관건은 궁극적으로는 기술개발에 있다.

제조업에서 미국이 일본을 다시 앞지른 것은 연구개발 (R&D) 투자를 대폭 확충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지원때문에 가능했다.

고용문제도 벤처기업 활성화로 해결해야 하며, 중소기업에 산업정책 포커스를 두면 구조조정은 저절로 해결된다.

▶사회자 = 부도사태.금융위기.고용불안등 경제전반에 관한 문제를 끝내고 경제전망으로 넘어가자. ▶손병두 = 빠른 경제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

올해, 내년 연속 설비투자가 마이너스에 머물 전망인데 성장잠재력의 감퇴를 의미해 심각하다.

6%대 성장에 만족하면 안된다.

선진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섰는데 우리는 아직 1만달러에 불과하다.

기업의 수익성은 지난해 1천원을 팔아 1원을 남겼고 금융비용은 46원 정도에 달하며 행정규제비용도 이 수준에 이른다.

이런 것들이 해결 안되면 채산성도 계속 나빠진다.

▶조남홍 =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가 다르다.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위주 성장으로는 체감경기 호전을 느낄 수 없다.

더욱이 GNP구조상 해외투자분도 포함돼 있지만 국민들은 그 과실을 못느끼고 있다.

최소한 7~8%는 성장해야 매년 쏟아지는 신규인력 채용이 가능하다.

▶사회자 = 이번에는 노동현장의 실업난.취업난을 짚어보자. ▶이남순 = 가위 취업전쟁이라 할만하다.

대기업의 67%가 신규채용을 작년수준으로 동결 또는 감원하고 있다.

대졸자 30~40%는 취업이 마땅치 않아 대학원 진학, 도피성 유학, 전문대 재입학사태도 있다.

실업률은 2.7%라고 하는데 2백만명을 잠재실업자로 보면 실제로는 10% 이상이 실업자다.

통계청에 따르면 6백만명이 일용직등 고용불안 상태다.

고용의 질이 낮은 점도 심각한 문제다.

▶사회자 = 정부가 앞으로 중소기업지원에 10조원을 쓰겠다는데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어떤가.

▶박상희 = 그런 발표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금융산업 개혁이 문제다.

어음위주 결제가 통화신용의 위기를 불렀다.

당장 정부의 임무는 중소기업에 돈을 푸는 것이다.

금리만 선진국 수준으로 떨어지면 우리나라 제조업 50%는 살아날 수 있다.

▶조남홍 = 향후 정부의 최대 과제가 실업난이다.

잘못하면 사회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젠 종신고용은 있을 수 없다.

일시 실업해도 재취업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정부의 몫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없으면 기업은 발전할 수 없고, 인수합병도 안된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근로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고용이 경직되면 '고개숙인 아버지' 는 안 생기나 '고개숙인 아들과 딸' 이 생긴다.

▶이남순 =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잠재실업자의 고용훈련등이 선결과제다.

정리해고가 남용되면서 근로의욕이 저하되는등 미국에서는 실효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실업급여를 높이고 사회보장제도도 확충되면서 고용시장 유연성이 제고돼야 한다.

▶조남홍 = 실업급여보다 재취업이 우선이다.

▶사회자 = 시간이 다돼가는데 마지막으로 대통령 후보에 바라는 경제정책을 들어보자. ▶강신조 = 국민들이 경제와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다시 가다듬자. 2차대전후 경제와 민주화가 함께 성장한 것은 우리와 이스라엘뿐이다.

이번 위기를 넘기면 선진국 진입도 가능하다.

▶조남홍 = 거품 공약은 삼가해주고 '허리띠 매자' 는 인기없는 지도력을 발휘해달라. 앞에서는 고용안정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하고 뒤에서는 고용 유연성 확보를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손병두 = 레이건의 조치로 인해 새로운 노동인력 창출이 89년이후 90년대 초반까지 8천만명이었다.

우리 경제도 근본적으로 탈바꿈해야 선진 경제권에 진입할 수 있다.

▶박상희 = 중소기업에 대해 약하니까 봐주는 보호대상아니라 경제의 주체라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대통령의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이남순 = 경제가 어려우면 국민이 가장 어려워진다.

경제책임을 근로자에만 돌려서는 안된다.

근로의식을 고취시키는 정책을 펴고 물가안정을 통해 실질임금을 확보해야 한다.

▶장현준 = 경제난국 해소를 위해서도 훌륭한 지도자 선택이 중요하다.

▶사회자 = 오랜 시간 경제현안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찾아보고 대통령후보들이 구상하는 경제정책도 알아 보았다.

우리경제의 활로찾기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 = 김동호·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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