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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IT·중소형주 해외선 러시아·브라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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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호 26면

반도체 ETF 수익률 ‘굿’
난세에 영웅이 나는 법이다. ‘미래에셋TIGER SEMICON상장지수’ ‘삼성KODEX반도체상장지수’는 3개월 새 5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두 펀드는 모두 반도체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독일 반도체 업체인 키몬다가 파산하고 대만 업체들이 합종연횡에 실패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시장 영향력이 커졌다.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하이닉스는 연초 이후 80% 가까이 올랐고, 삼성전자도 29.5% 상승했다. 게다가 ETF는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수익률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삼성투신운용 김남수 펀드 매니저). 두 개의 반도체 섹터ETF가 나란히 수익률 1, 2등을 차지한 이유다. 이들을 비롯해 전기전자(IT) 부문에 집중 투자하는 6개의 펀드가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1분기 펀드 시장 누가 잘했나

중소형주 펀드도 강세였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11.8% 올랐지만 코스닥지수는 26.9% 뛰었다. 그만큼 중소형주가 더 잘 달렸다는 얘기다. 특히 ‘동양중소형고배당주식1’의 성과가 돋보였다. 이 펀드는 2006년 말부터 2007년 초까지 수익률 선두를 달리며 시장을 휩쓸었다. 그러나 이후 대형주 장세가 펼쳐지면서 시장에서 사라졌다가 이번에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 외에 ‘미래에셋3억만들기중소형주식1’ ‘알리안츠GIBest중소형주식’ 등도 20% 안팎의 수익을 거뒀다.

IT 테마 펀드, 중소형주 펀드를 제외하면 수익률 톱10 펀드 가운데서 ‘우리CS부울경우량기업플러스주식투자1’과 ‘우리SK그룹우량주플러스주식1’이 눈에 띈다. 우리CS자산운용이 운용을 맡은 펀드다. 이 회사 강선식 주식운용본부장은 “원화 약세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수출주와 정부 정책의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과 종목에 집중 투자한 게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출시 1년도 안 된 ‘트러스톤칭기스칸국내주식’은 1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6월 설립된 신설사다. 그러나 10여 년 동안 자문사 형태로 투자해 온 베테랑이다. 국민연금 자금운용 기관이기도 하다. 현대증권은 이 펀드에 대해 “진흙 속 숨은 진주”라는 평가를 내렸다.

반면 배당주 펀드는 맥을 못 췄다. 이익 감소로 기업들의 배당 여력이 감소해 배당주가 큰 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증시 하락으로 그간 고평가됐던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싸지면서 이들에 대한 투자가 더 나은 수익을 올렸다.

한편 지난해 좋은 성과를 기록했던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주식1’은 10% 수익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투자 비율이 가장 높은 삼성전자는 선방한 반면 삼성화재증권카드 등 금융주가 상대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는 봄바람
해외 펀드 가운데서는 브라질과 러시아 펀드가 강세였다. 연초 배럴당 40달러 선에 머물던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급등해 5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 등 원자재가 강세를 보이면서 자원 부국인 브라질과 러시아 펀드의 수익률이 상승했다. 국내 펀드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브라질과 러시아 펀드에선 각각 20%를 웃도는 수익을 거두며 두각을 나타냈다. 브라질과 러시아에 동시에 투자하는 ‘미래에셋브라질러시아업종대표주식형자1’은 25%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국 펀드도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단 중국 본토 A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에 한해서다. A증시는 선별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만 개방돼 투자 규모가 작다. 중국 펀드의 대부분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H주)에 투자한다. 연 8% 성장률 사수를 위해 중국 정부가 쏟아내는 경기 부양책이 중국 본토 증시를 끌어올렸다. ‘PCA China Dragon A Share주식A-1’은 26%를 웃도는 수익률로 해외 펀드 가운데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중국·브라질·러시아가 약진한 가운데 브릭스(BRICs) 4인방 중 인도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 펀드는 여전히 맥을 못 췄다. 2007년부터 3년째 투자자들을 울리고 있다. 리츠 등 부동산형 펀드 역시 전 세계 주택 시장 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특히 글로벌리츠재간접형은 -18%의 수익률로 펀드 유형 가운데 최악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인사이트혼합형자1’은 오랜만에 체면을 세웠다. 10% 가까운 수익을 거뒀다.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를 대거 편입한 덕이다. 이 펀드는 출시 이래 줄곧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1년 수익률은 여전히 -32%로 저조하다.
 
봄인 듯 아닌 듯, 여전히 불안
1분기 펀드 시장에는 모처럼 온기가 돌았다. 꽃망울이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앞으로 꽃이 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투신운용 강신우 부사장은 “금융 시스템의 붕괴 위협에서 해방됐다는 안정감이 생긴 데다 유동성 효과가 더해져 증시가 급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실적이 뒷받침이 안 되니 당분간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간헐적으로 상승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제로인 이수진 연구원은 “최근 반등 국면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교체하고 자산 배분을 재점검하는 기회를 가져라”고 조언했다. 한국투자증권 신긍호 자산컨설팅부장은 “목표수익률을 낮춰 잡고 자산 배분을 통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상품에 관심을 가져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 조한조 재무컨설팅부 연구원은 “향후 상승에 대비, 고수익을 누릴 수 있는 자산 비중을 점차 확대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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