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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황산유출 르포…샛강 10리 물고기 수만마리 떼죽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낙동강 상류 지천인 경북봉화군 고선천. 지난 2일 오후 탱크로리 전복으로 5t의 황산이 쏟아진 샛강은 사고 발생 사흘이 지났는데도 하류쪽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해 떠오르고 강바닥과 돌 표면이 누렇게 변하고 있다.

샛강이 흐르는 계곡 주변은 아직도 독성이 강한 매캐한 냄새가 풍겨 코를 강하게 자극한다.

하천 생태계가 황폐화된 현장이다.

황산 유출을 막기 위해 쌓아놓은 방제둑 아래쪽엔 미처 건져내지 못한 꺽지.버들치.피라미등 물고기 수만마리가 죽은채 서로 뒤엉켜 물위에 둥둥 떠다니고, 작은 바위를 발로 밀어내면 동면을 준비하고 있던 개구리도 힘없이 떠오른다.

사고후 봉화군과 석포제련소측은 사고지점으로부터 1㎞ 아래쪽에 방제둑을 쌓은 뒤 3일부터 이틀동안 가성소다 3t.석회석 8t등 모두 11t의 중화제를 뿌리는등 긴급방제에 나섰다.

그러나 너비 15m의 고선천은 수심이 10~15㎝로 수량이 많지는 않으나 산간계곡의 빠른 물살로 인해 도로옆 자갈밭에 쏟아진 황산이 강물로 흘러들어 방제둑 아래쪽으로 황산이 섞인 물이 스며들어 빠른 속도로 하류를 오염시켰다.

황산이 섞인 냇물은 이날까지 고선천을 타고 낙동강 본류가 시작되는 현동천 하류까지 7㎞를 흘러 들었다.

봉화군은 고선천 사고 발생 지점에서 현동천과 만나는 5㎞ 구간은 물고기가 죽어 떠오르는등 직접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그 하류 2㎞ 구간의 수질은 정상이나 죽은 물고기가 떠다니는 간접피해 구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유출된 황산을 중화하기 위해 가성소다등 중화제를 뿌렸으나 이 중화제가 황산과 결합하면서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수질을 산성화시키는등 2차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과 봉화군이 5일 2차 중화작업을 끝낸 뒤 사고지점에서 3㎞지점 하류쪽 물에 대한 수소이온농도 () 를 조사한 결과 생물체가 살아갈 수 있는 정상치인 5.8~8.6보다 강한 2~3.5의 강산성을 띤 죽음의 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봉화군과 석포제련소는 이제 계곡과 하천에 남아 있는 황산 성분이 자연적으로 정화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 주민 최상구 (41.농업.봉화군소천면현동리) 씨는 "지난 91년 추석전날에도 황산을 실은 15t 탱크로리가 전복사고를 일으켜 당시 고선천과 이어진 현동천을 따라 낙동강 본류까지 물고기가 떼죽음당해 하얗게 떠올랐다" 며 불안해했다.

안동대 이희무 (李喜茂.생물학과) 교수는 "황산이 하천의 토양오염및 샛강의 물고기와 생물체들을 완전히 죽여 일대 생태계가 크게 파괴됐다" 며 "생태계 회복에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봉화 = 김선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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