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거인에게 꿈 심어준 ‘느림보 달팽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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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아주 특별한 여행
하인츠 야니쉬 글, 헬가 반쉬 그림
최용주 옮김, 큰나, 32쪽, 9500원

사람이 살아가는 데 꿈과 우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바닷가에 집을 짓는 꿈을 가졌던 달팽이가 바다를 향해 떠난다. 그렇지만 달팽이의 느린 걸음으로는 바다에 언제 도착할지 아무도 모른다. 3년 동안 끈기 있게 바다를 향해 기어가던 달팽이가 어마어마하게 큰 거인을 만난다. 얼마나 큰지 걸을 때마다 땅이 쿵쿵 울리는 바람에 발소리를 죽이려고 털양말을 짜던 거인은 달팽이의 소원을 듣고는 바다로 데려다 주기로 한다.

거인의 손가락 끝에 올라앉은 달팽이. 거인이 숲은 한 걸음에 지나가고 작은 산도 흙무더기를 넘듯 성큼 뛰어넘는 바람에 어지러울 정도다. 달팽이가 보름 걸려 가는 거리가 거인의 한 걸음에 불과하니 그럴 수밖에.

바닷가에 도착한 달팽이와 거인. 둘은 모래밭에 앉아 말 없이 파란 바다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빨리 바다를 보게 해준 거인에게 보답을 못해 달팽이가 미안해 하자 거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네가 나한테 얼마나 큰 선물을 줬는데. 너는 내게 목표를 심어줬단다. 목표 없이 사는 게 얼마나 지루한지 너는 모를 거야”라고.

‘아빠랑 소리 내어 읽는 동화책’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번역서이지만 운율을 살려 옮긴 덕에 읽다 보면 저절로 밝은 기분이 든다. 부드러운 스케치 선이 보이는 ‘착한’ 그림도 어린이들의 꿈을 키우는 데 맞춤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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