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록음악 거장 지미 핸드릭스·레드 제플린 음반 나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록음악사의 주된 줄기를 형성했던 두 거장이 근 30년만에 '환생' 한다.

60년대말 혁신적인 기타주법과 광기 그 자체인 무대매너로 사운드의 혁명을 일으킨 지미 헨드릭스와 하드 록의 원조로 브리티시 록의 거대한 발원지가 된 레드제플린이 각각 미공개 신곡과 라이브 공연을 담은 신보를 전세계에 발매하는 것. 헨드릭스는 27년전 숨졌으며 레드 제플린 또한 17년전 드러머 존 본햄의 사망으로 영구히 재결합이 불가능한 처지다.

그러나 팬들의 식지 않는 관심과 갈수록 거세지는 록계의 복고 바람 및 먼지 쌓인 녹음테이프를 매끈한 음반으로 변신시키는 기술에 힘입어 두 거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팬앞에 서게 됐다.

지미 헨드릭스는 성적 (性的)에너지가 넘치는 격정적 연주로 듣는 이를 무아지경에 빠뜨렸던, 록역사상 가장 관능적이고 난폭했던 기타 주자다.

그는 피드백과 와와주법등 선구적인 기법을 연주에 도입해, 일렉트릭 기타를 록밴드 편성의 주역에서 클래식에 필적하는 예술적 악기로 승화시켰다.

스피커에 기타를 갖다 대고 연주하는 피드백은 스피커의 증폭음과 기타의 생소리가 섞여 여운짙은 소리를 내는 것이고 와와주법은 입에 문 파이프를 통해 기타에 목소리를 전달해 기괴한 느낌의 사운드를 창출하는 것. 오늘날 웬만한 기타리스트라면 기본으로 알고 있는 이 주법은 당시로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전율스럽고 듣는 이를 무아상태에 빠뜨리는 그의 연주는 정신적이라기보다 육체적인 매력을 지녔다.

광기에 찬 기타리프와 웅얼대는 목소리에 성적 흥분을 느낀다는 골수팬이 유달리 많다.

음악과 육체를 동일시한 그는 마약과용으로 데뷔음반이면서 최대 명반으로 꼽히는 '아 유 익스피리언스드 (67)' 등 단3장의 앨범만 남긴 채 70년 28세의 짧은 삶을 마감했다.

이달말 '사우스 새턴 델타 (국내기준.미국은 7일 출시)' 라는 이름의 앨범으로 환생할 그의 4번째 신보는 절정기인 67년부터 70년까지 런던과 뉴욕의 자기 스튜디오를 오가며 활동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유족들이 오랫동안 보관해 오다 공개한 것으로 이복여동생 제니 핸드릭스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특히 '스타즈 댓 플레이 위드 래핑 샌스 다이스' '파워 오브 소울' '사우스 새턴 델타' 등 3곡은 처음 공개되는 '신곡' 으로 팬들을 흥분시키고있다.

또 '엔젤' 의 초기 버전인 '스위트 엔젤' 과 오랫동안 절판됐던 '룩 노버 욘더' '택스 프리' 등의 희귀곡도 수록돼 있다.

이에 앞서 국내에는 지난봄 헨드릭스의 정규앨범 3장이 출시됐고 최근에는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익스피리언스 헨드릭스 - 베스트' 가 나와 초심자들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한편 11일 전세계 출시될 '레드제플린 - BBC세션스' 역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69년과 71년영국BBC스튜디오에서 펼친 공연을 녹음한 이 음반은 그들의 마지막 공식앨범인 10집 '코다' 이래 15년만에 나온 11번째 정규앨범이기때문. 신곡은 한곡도 없어 정규신보란 호칭에 논란의 여지도 있지만 '더송 리메인즈 더 세임 (76)' 사운드트랙 외에는 제플린의 첫 라이브음반이며 특히 '스테어웨이 투 헤븐' 을 터뜨린 절정기인 71년 당시의 물오른 연주가 생생히 담겨 의미가 있다.

이 음반에는 블루스풍의 초기곡 '하우 매니 모어 타임스' , 장엄한 분위기의 '데이즈드 앤드 컨퓨즈드' , 포크적 서정이 빛나는 '고잉 투 캘리포니아' 등 조용한 곡들이 많이 수록돼 각별한 맛을 낸다.

러닝타임 71분에 30곡을 담은 더블앨범으로 3만장 한정판매된다.

음반사인 워너측은 앨범과 함께 히트곡 '호울 로타 러브' 를 28년만에 싱글로 발매하는등 30년만의 제플린 바람몰이에 열중하고있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