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초읽기 들어간 북 로켓 발사와 한·미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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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체로 전용될 수 있는 로켓을 함경북도 무수단리 발사대에 장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막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로켓 발사 이후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6자회담 참가국들의 단합된 대응이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 시각차가 드러나는 등 발사 이후의 대응을 놓고 벌써부터 엇박자가 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2일, 런던에서 이명박(MB)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한다. 시기상 북한의 로켓 발사 직전이 될 걸로 보이는 MB-오바마 회담은 한·미 양국의 빈틈없는 대북(對北) 공조를 확인하고 다짐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어야 한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로켓 발사 계획을 예정대로 착착 진행시켜 왔다. 인공위성 발사체라 하더라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실험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라는 것이 한·미·일 3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지배적 견해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세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설사 쏘더라도 유엔 결의 위반으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런 태도를 견지하는 한 이 문제를 안보리로 가져가더라도 실효적 대북 제재 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솔직히 더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이다. 처음에는 태산이라도 울릴 것처럼 큰소리를 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목소리가 잦아드는 느낌이다.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의회에서 “북한이 쏘려는 것은 우주발사체”라는 견해를 표명한 뒤로 요격 얘기는 쑥 들어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북핵 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에서 미사일도 다룰 수 있다고까지 했다. 과거 북·미 간에 진행됐던 미사일 협상을 6자회담의 틀로 끌어들여 뭘 어쩌자는 것인지 잘 판단이 안 선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해도 안보리 논의가 용두사미 격으로 흐지부지되고 나면 결국 북한 미사일 문제를 6자회담 테이블에 올려 발사유예(모라토리엄)에 대한 보상 문제를 논의하자는 뜻인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북한 로켓 발사 이후의 대북 공조에서 한·미 간에 한 치의 오차도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 북한 미사일에 대해 용인할 수 있는 선은 어디까지고, 용납할 수 없는 레드 라인은 어디까지인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MB-오바마 회담은 한·미·일과 중·러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 로켓 발사 이후에 대비해 큰 그림을 그리는 가이드라인 구실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MB-오바마의 첫 만남은 대북 공조의 균열을 우려하는 실패한 회담이 될지 모른다. 그런 사태는 절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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