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갈등 중앙일보 여론조사] 광주항쟁세대 '화합의 징검돌'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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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세대와 디지털세대의 중간인 광주항쟁세대(40대)에는 소위 386(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과 475(40대, 70년대 학번, 50년대 출생)가 섞여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386 중 상당수가 40대로 편입된 것이다.

19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전반에 걸쳐 태어난 40대는 격동기였던 80년대에 대학시절을 보냈다. 이들은 광주항쟁과 민주화투쟁을 통해 상당히 동질적이면서 공동체적인 연대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정치.사회적으로는 근본적 변화에 대한 열망이 높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80년대 고도성장기의 과실 수혜로 인해 경제적 보수성이 중첩된 세대다.

광주항쟁세대는 각종 이슈에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고려한다. 성장보다 분배가 중요하다는 항목에서 이 세대는 디지털세대(56%)와 6.25세대(43%) 사이인 48%로 나타났다. 일보다 여가가 중요하다는 물음에서도 디지털세대(46%)와 6.25세대(18%)의 중간인 28%를 보였다. 외국인과 결혼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도 디지털세대(82%)와 6.25세대(67%) 사이에 낀 75%였다.

하지만 이 세대는 때론 자신들의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신뢰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광주항쟁세대는 30%만 동의해 6.25세대의 38%보다 낮았다. 디지털세대는 50%가 신뢰를 나타냈다. 한국의 장래를 낙관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선 디지털세대(49%)와 6.25세대(46%)에 이어 40%로 가장 낮았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세대 간 화합에서 40대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광주항쟁세대로 분류된 40대는 디지털세대와 6.25세대의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중간점을 고집하기도 한다. 이 세대는 디지털세대와 6.25세대의 갈등이 심각한 사안에선 캐스팅 보트 혹은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고, 전혀 다른 목소리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다.

신창운 여론조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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