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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코리안] 러시아 하원의원 장 류보미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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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장 류보미르 의원(左)이 자신의 제분 공장에서 정태익 주러 한국대사(왼쪽에서 둘째)에게 생산 설비를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한 화합을 위한 중재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러시아 유일의 고려인(옛 소련지역 한인동포) 의원인 장 류보미르(45)씨는 21일 자신의 지역구인 니즈니 노보고로트를 찾은 정태익 주러시아 대사 일행에게 이렇게 다짐했다. 그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에서 가난한 고려인의 아들로 태어나 러시아로 이주한 뒤 온갖 역경을 딛고 대사업가로 성공, 지난해 12월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선거에서 의원 배지를 단 입지전적 인물이다.

수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러시아 제4의 도시 니즈니 노보고로트에서 장 의원은 '곡물왕'으로 통한다. 그는 러시아에서 넷째로 큰 제분회사와 제빵공장을 갖고 있다. 종업원 3000여명에 매출액은 6000만달러(약 720억원)에 달한다. 카자흐스탄 등 곡물산지에서 연간 65만t의 밀.보리를 사들여 다른 지역에 파는 곡물 유통업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이 지역의 곡물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공로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서 23개의 루비 보석이 박힌 고급 시계를 받았다. 러시아에서 이 시계를 선물받은 사람은 100명에 불과하다.

장 의원은 "경쟁이 치열한 러시아 곡물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업 확장이 불가피하다"며 "한국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평생을 이국 땅에서 살았지만 된장찌개와 김치를 먹고 '칠갑산'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의 우리 가요를 즐겨 부른다. 1991년 니즈니 노보고로트에 러시아 최초의 태권도 클럽을 만든 것도 바로 그다. 당시 가라테를 하던 동생을 한국으로 보내 태권도를 배워오게 한 뒤 사범을 시킬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장 의원은 제분회사 내에 한국문화센터도 운영한다. 이 지역 고려인 상당수가 이곳에서 한국의 노래.무용.역사.전통예절을 배운다. 이 같은 공로로 2000년 12월 김대중 대통령에게서 표창을 받기도 했다.

장 의원은 25일 박의춘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를 만나는 데 이어 7월 3~5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함께 남북한을 동시 방문하는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본격적 행보에 들어갈 예정이다.

니즈니 노보고로트=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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