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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환율 얼마가 적정수준인가…“1달러=960원대는 너무 높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환율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지난달 초순만 하더라도 "경상수지적자가 곧 흑자로 돌아서니 환율이 다시 내려갈 것" 이라는 전망들이 심심치 않게 들렸다.

그런데 동남아외환위기.세계적주가폭락에 한국까지 말려들면서 환율이 가파르게 올라 그런 전망이 무색케 됐다.

요즈음은 아예 네자리 숫자 (달러당 1천원대) 의 환율도 가능하다는 말까지 돌아다닌다.

얼마나 더 올라야 환율상승이 멈출까. 외환전문가들도 전망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다만 '적정 (適正) 환율' 이 얼마냐에 대해서는 각자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적정환율은 외환수급이 균형을 이루는 환율을 말한다.

외환수급을 가장 넓게 해석하면 '상품과 서비스교역으로 정해지는 경상수지뿐 아니라 자본의 수익차때문에 오가는 자본거래까지 포함한 외환수급' 이다.

IMF (국제통화기금) 등 일반적으로 경상수지균형을 유도하는 환율로 적정환율을 추산한다.

물론 "요즘처럼 경상수지보다는 외환투기 등 자본거래때문에 환율이 요동을 칠 때 적정환율이 무슨 의미가 있냐" 는 견해 (서강대 국제대학원 趙潤濟교수) 도 있다.

그러나 자본거래의 변동이 심할수록 경상수지균형을 기준으로 적정환율을 산정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자본거래도 결국은 경상수지등 경제의 건강상태를 따라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정부가 "경상수지 등 한국경제의 기초여건은 건실하다" 고 강변하고 있고, 외환당국이 '방어' 하려는 환율도 바로 이 적정환율이다.

적정환율을 추정할 때는 경쟁국의 환율과 물가변동을 감안한다.

'실질실효 (實質實效) 환율' 이라고 해, 경쟁국의 환율이 오르면 한국의 환율을 올리고, 경쟁국의 물가상승보다 한국의 물가상승폭이 높으면 한국의 환율을 올리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결국 적정환율은 한국이 경상수지를 장기적으로 균형을 이룰 수 있을 정도로 '국제경쟁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환율' 로 보면 된다.

따라서 ▶사용하는 물가지표 (소매물가.도매물가.인력비용 등) ▶기준년도▶경쟁국선정 등에 따라 적정환율이 다를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曺琮和박사) 어쨌든 KDI가 10월 중순에 시산해 본 적정환율은 925원 수준이었다.

당시 환율이 1.5%정도 오를 요인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또 삼성경제연구소 (丁文建상무) 도 "원화환율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저평가되기 시작했는데 최근의 환율급등으로 저평가 정도가 더 심해졌다" 고 분석하면서 "920원에서 930원사이의 값이 적절하다" 고 한다.

환율이 이보다는 더 높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다.

동남아.일본 등 경쟁국의 환율이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환율이 960원 수준으로 상향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趙교수도 "작년말에 환율상승을 허용했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이 없었을 것이며 임금.자산 등에서 여전한 거품을 감안할때 아직도 환율상승요인이 남아있다" 고 분석하면서, "최근의 환율상승도 1천원 수준으로의 조정과정일 뿐" 이라고 내다본다.

그러나 965원 주변을 멤돌고 있는 현재의 환율은 아무리 국제외환시장의 불안을 감안해도 너무 높다는 의견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수출경쟁력때문에 다른 기관보다 항상 높은 환율이 좋다는 무역협회조차도 965원 근처를 맴돌고 있는 현재의 환율이 적정한 수준보다 1% 정도 높다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또 金宗萬박사 (조세연구원) 같은 이는 "지금 환율은 약 5%정도 저평가되어 있다.

그렇지 않고는 지난 수개월 20% 가까운 신장율을 보이는 수출활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라며 "경상수지개선추세나 또 최근 외환시장안정대책에 의한 자본유입때문에 환율인하를 걱정해야 할 때가 곧 올것" 이라고 내다본다.

환율이 올라도 너무 오른 모양이다.

김정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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