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현해탄 어업분쟁 태풍권 진입…나포 한국어선 선장 검찰 송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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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이 쓰시마 (對馬島) 인근해상에서 나포한 개림호의 선장을 검찰에 송치함에 따라 한.일 어업분쟁이 탈출구 없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나포사건 발생 직후만 해도 "일본이 선원과 선박을 즉각 석방할 것" 이라며 "일본의 나포행위는 돌발적인 것으로 보인다" 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한.일 양국이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어선나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공동노력한다" 고 선언한 합의사항을 믿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발방지 노력' 이란 "한국어선이 일본의 직선기선 영해를 침범하지 않도록 노력하되 설사 침범해도 일본은 한.일어업협정을 존중해 체포하지 않는다" 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일본 해상보안청이 우발적으로 우리 어선을 체포한다 해도 부처간 협의를 통해 '정치적' 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정부는 낙관했다.

그러나 일본이 정부기대와 달리 법적 처리를 시작하자 우리 정부 역시 강경대응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먼저 예정된 어업협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콸라룸푸르 합의정신이 훼손됐으므로 "한.일 양국이 어업협정 개정에 성실하게 임한다" 는 콸라룸푸르의 또다른 합의사항을 지킬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어업협정 개정교섭을 최대한 늦춰 일본에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사과와 재발방지 요구는 일본으로서도 양보하기 어려운 사안인데다 별다른 돌파구를 찾을 수도 없어 정부의 고민 역시 커가고 있다.

일본이 한.일관계의 파장을 잘 알면서도 법적 처리를 선택한 것은 개림호 처리에 예외를 둘 경우 직선기선 문제점을 자인하는 꼴이 되므로 이를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개림호 나포로 빚어진 양국 마찰은 이달말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최되는 양국 외무장관회담과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정상회담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한 한.일간의 지루한 분쟁이 장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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