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도 모르면 빨래판이다' 전병철 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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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일본의 국보1호격인 교토 고류지 (廣隆寺) 의 '목조미륵보살반가사유상' 은 백제의 '삼산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과 거의 흡사해 백제문화가 일본에 퍼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꼽힌다. "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미륵보살은 무엇이고 반가사유상은 무슨 말인가.

복잡하기만한 전문용어들이 문제다.

학생들도 시험을 보기 위해 통째로 외우고 말뿐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현실. 공주농고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전병철 교사 (37) 는 이에 대해 항상 불만을 가져왔다.

알고보면 쉽고 간단하며 알아두면 우리 문화재와 역사를 보는 눈이 새롭게 열리는데…. 그래서 그가 손을 댄 작업은 일반인이 의외로 모르는 역사에 대한 상식들을 '이름' 위주로 풀어서 책으로 낸 것. 책이름도 도발적이다.

'팔만대장경도 모르면 빨래판이다' (내일을 여는책刊) .우리 문화재를 놓고 간단한 이름조차 이해못한다면 우리 역사에 대한 '문맹' 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제목은 튀지만 내용은 진지하다.

일반인이 궁금하거나 가려운 부분을 꼭 집어내 긁어주고 있다.

단순히 역사상식만 모아놓은 게 아니다.

선인들의 생각과 시대상을 함께 읽는 법도 제시하고 있다.

책 내용을 보자. " '삼산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의 삼산은 머리에 산이 세개 솟아있는 모양의 관을 쓰고 있음을 말한다.

금동 (金銅) 은 불상의 재료를 알려준다.

미륵보살은 부처님이 아니고 '깨달은 중생' 의 하나로 다른 사람의 깨달음을 돕는 보살의 한명이다.

반가는 한쪽 발을 다른쪽 넓적다리에 얹고 있는 반가부좌의 모습을 이른다.

사유상은 손을 얼굴에 대고 생각을 하는 모습을 일컫는다. " 이런 식으로 우리 주변에 잘 알려진 문화재들의 이름이 어떤 생각에서 어떤 의미로 붙여졌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독자들이 주변에 보이는 불상들에 스스로 이름을 붙이는 요령도 함께 알려주고 있다.

이름에 얽힌 설명 뒤엔 이들 문화재에 얽힌 사연들이 이어 나온다.

'불상은 정치를 반영한다' 는 부분을 들여다본다.

"귀족들이 신앙생활을 주도한 통일신라 불상은 귀족이 고용한 전문가들이 만들어 조화와 균형미가 뛰어나고 화려한데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듯 가슴을 드러낸 야한 모습의 불상이 많다.

표정도 엄숙하다.

반면 민중불교 시대였던 고려시대 불상은 못생긴데다 몸의 비율도 엉망인 것이 많다.

그러나 표정은 온화하기만 하다. " 그러면서 잘못 알려진 상식을 꼬집는 부분도 크게 할애하고 있다.

문화재에 대한 가치판단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보물이나 시.도 지정 문화재가 국보보다 못할 것이 없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황제는 노란 옷을 입고 신하들은 '만세 만세 만만세' 를 외치는데 비해 왕은 붉은 옷을 입으며 그 신하들은 '천세 천세 천천세' 라고 한다는 사실도 일러주는 등 역사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도 안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임금.왕비.무덤.벼슬.전쟁의 이름을 붙이는 법이나 기념일의 내력등 소소하지만 생생하게 역사를 감지할 수 있는 이야기도 곁들이고 있어 일반인들의 눈을 끌고 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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