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도서관 21세기 문화·정보 전초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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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프랑스 파리 동남쪽 톨비악에 자리한 신축 프랑스 국립도서관. 센강을 북쪽으로 마주보며 지난해 12월 부분 개관한 이곳의 엘리베이터에는 '유로 2000' 이라는 표어가 작지만 상징적으로 붙어 있다.

고 (故) 프랑수아 미테랑 (1919~96) 전 대통령의 주도로 시작돼 21세기 유럽 문화.정보정책의 전초기지를 마련하겠다는 야심찬 의도를 웅변으로 보여준다.

신축 도서관은 우선 그 웅대한 규모로 보는 이를 압도했다.

2만3천여평에 달하는 직사각형 부지 모서리에 높이 80m의 건물 4동이 우뚝 서 있으며, 그 건물들 사이 중앙에는 넓다란 정원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건축비만 80억프랑 (약 1조2천여억원) 을 들인 대공사다.

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도서관의 내부. 우선 열람실 하나만 보더라도 세심한 준비와 정성이 들어갔음이 피부로 느껴졌다.

나무로 된 바닥에 깔린 붉은색의 고급스런 양탄자가 독서 분위기를 돋우고 각각의 열람실에는 개인용 컴퓨터가 10~20대씩 갖춰졌으며 의자도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돼 목부분까지 편안하게 받쳐준다.

또한 책상마다 개인용 조명은 물론 노트북 컴퓨터를 접속할 수 있는 전원코드와 전화선이 완비됐다.

열람실 컴퓨터로는 도서관에 비치된 도서및 정기간행물, 그리고 시청각물을 주제.저자.분야별 검색이 가능하며 열람실마다 복사기와 사진복사기를 구비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했다.

개가식 열람실 외에 폐가식 서고에 수장된 책들을 8㎞에 이르는 자동배달 레일을 따라 이용자들에 신속하게 전달하는 체제도 내년중 가동될 예정. 한마디로 멀티미디어등 현대 과학기술이 총집합한 미래형 도서관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현재 공개된 일반인 열람실 좌석은 1천6백석. 내년 여름까지 2천석 규모의 전문가 열람실이 별도로 개관하며 모두 1천여만종의 간행물이 소장될 계획이다.

특히 독서실과 크게 다르지 않는 우리 도서관들의 풍경과 달리 첨단시설 속에서 연구에 전념하는 열람객들의 모습은 제대로 된 도서관은 과연 어때야 하는가를 새삼 확인하게 했다.

콘크리트 사용을 가급적 줄이고 나무와 유리, 그리고 철제를 절묘하게 조합해 전통과 현대미를 동시에 살린 건축물 자체도 마치 현대미술관을 방문한듯한 인상을 주었다.

파리 =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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