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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기행]20.태국 타포섬…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첩보영화의 대명사 007시리즈 (총18편) .숨막히는 첩보전 속에서도 미녀 '본드 걸' 과의 밀애가 항상 은막을 뜨겁게 달궜던 영화.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74년제작, 이언 플레밍원작,가이 해밀턴감독)' 는 007시리즈의 아홉번째 작품. 007의 원조 숀 코너리의 대를 이은 제임스 본드 (로저 무어扮) 와 젖꼭지가 3개 달린 이색킬러 스카라망가 (크리스토퍼 리扮) 와의 대결이 스릴있게 전개됐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홍콩.마카오.태국의 유명관광지에서 대부분 촬영됐기 때문에 영상속의 여행지를 따라가는 즐거움을 한껏 맛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악당의 본거지로 등장하는 그림같은 섬이 이 영화의 압권인데 바로 태국 팡아만에 위치한 타포섬이다.

이 섬은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덕분에 일약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으며 지금은 아예 '제임스본드 아일랜드' 로 불리고 있다.

높이 32m, 무게 3만t의 바위섬. 타포는 '못 (nail)' 이란 뜻이다.

이 섬은 수면이 닿은 밑둥은 아주 좁고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가분수형이다.

섬 정상은 못의 머리처럼 평평하다.

영화에서 스카라망가는 이 섬에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태양열 무기를 장치한다.

영화 촬영당시 이 섬은 무인도였다.

제작팀은 무려 이 섬에서만 1년6개월 머물면서 촬영했다.

지금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다.

섬 한가운데 동굴은 영화에서 비밀기지 입구로 묘사된다.

동굴벽에는 태국 국왕,말레이시아 국왕,재클린 오나시스여사등 유명인사들이 다녀갔다는 기념동판이 붙어 있다.

하루에도 수천명의 관광객들이 이 섬앞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경치가 아름다워 신혼부부들이 유독 많이 찾는데 최근들어 우리나라 신혼부부들에게도 인기가 있어 푸켓관광의 필수코스가 됐다.

제임스 본드섬으로 갈 때는 란폴선착장에서 롱 테일보트를 탄다.

보트는 민물수로를 빠져나가 팡아만 바다로 나가는데 약1시간동안 달리면서 전개되는 풍경이 마치 중국의 계림과 흡사하다.

영화 속에서는 본드가 타포섬에 침투하기 위해 경비행기로 저공비행하면서 숨막히는 경치가 전개된다.

영화가 개봉될 당시 도대체 저렇게 아름다운 섬과 바다가 어디에 있는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았었다.

영화 속에서는 중국령으로 나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바다와 섬들은 다름아닌 팡아만이었다.

이곳의 섬들은 석회석으로 돼있다.

바닷물에 의한 부식으로 섬들은 대부분 버섯모양을 하고 있으며 해식동굴·기암괴석등이 발달돼 아름답다.

관광객들은 “위태롭게 서있는 제임스 본드섬이 부식되다 보면 언젠가는 쓰러질 것” 이라며 “그럴 때면 관광지로서 끝장이 아니냐” 며 반문한다.

그러나 그럴 염려는 안해도 될 것 같다.

관광객들은 쓰러진 모습을 보려고 또다시 팡아만으로 몰려들 테니까.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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