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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수정란 껍질벗겨 임신률 높인다…자궁착상 실패여성 도움 줄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껍질을 깨는 아픔'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는 고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은 비단 새와 같은 조류만이 아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만들어진 수정란 역시 두꺼운 투명대로 둘러싸여 분열된 세포가 이것을 깨고 자궁에 착상하지 못하면 새생명으로 탄생할 수 없는 것. 지난 18~22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열린 美불임학회에서는 체외수정된 수정란의 투명대를 일부 녹여 벗겨낸 뒤 자궁내에 이식하면 임신률을 높일 수 있다는 영동제일병원 불임연구팀의 논문이 우수논문상을 수상하는등 높은 평가를 얻었다.

지금까지의 투명대 제거 방식은 강한 산 (酸) 이나 유리침으로 껍질에 구멍을 뚫는 것이 고작. 영동제일병원이 '생화학적 효소처리에 의한 보조부화술' 로 발표한 이 방식은 불임여성에게 적용한 결과 37%의 임신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종래 방법보다 10% 좋은 성적. 뿐만 아니라 그동안 완벽한 조건에서도 착상에 실패하는 일부 원인과 해결책이 밝혀지는 성과를 얻었다.

수정란은 나팔관 팽대부에서 수정되어 나팔관을 따라 흘러내려와 자궁내에 정착하는데 그 기간은 3~5일. 재미있는 것은 수정란의 투명대가 자궁까지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서서히 얇아지는 것. 이는 나팔관과 자궁안에 투명대를 녹이는 성분이 있기 때문. 그러나 착상에 실패하는 여성의 경우엔 투명대가 두꺼운 것으로 추정되는데 나이든 사람에게서 특히 이같은 경향이 많다.

따라서 연구팀은 단백질을 녹이는 생체효소를 이용, 수정란 투명대의 60~70%를 벗겨낸 뒤 자궁내에 이식함으로써 높은 임신률을 끌어낸 것이다.

영동제일병원 노성일 (盧聖一) 원장은 "이러한 보조부화술은 과거 수정에는 성공했지만 착상에 실패한 여성에게 도움을 줄 것" 으로 전망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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