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서 태어나 한·일 가교 역 3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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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최대의 광고회사 덴쓰(電通)의 나리타 유타카(成田豊·79·사진) 최고 고문이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았다. 지난 30년간 한·일 간 문화교류 사업을 적극 후원한 공로다.

권철현 주일대사는 24일 도쿄 주일 대사관으로 나리타 고문을 초청해 훈장을 수여했다. 수교훈장 광화장은 국권 신장이나 우방과의 친선 등 국익 증진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것으로 외국인에게 수여하는 최고위 등급의 훈장이다.

훈장을 받은 나리타 고문은 “한국 국화인 무궁화의 꽃말은 존경이라고 들었다. 서로 존경하는 마음을 잊지않는 것이야말로 미래의 양국 국민을 강하게 맺어주는 기본이라고 확신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은 내가 태어나서 청소년 시절을 보낸 곳으로 한번도 잊어버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1929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중학교 3학년을 마칠 때까지 한국에서 소년기를 보낸 그는 철도업에 종사하던 부친을 따라 서울을 비롯해 여러 지방에서 생활했다. 그는 “지금도 여름에는 북한산에 오르고 겨울에는 한강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기억이 또렷하다”고 회상했다.

나리타 고문은 88년 서울올림픽과 93년 대전엑스포 개최 당시 협찬사 모집에 기여한 데 이어 한국이 뒤늦게 유치에 나선 2002년 한·일 월드컵과 관련해서도 양국 우호 증진을 위해 공동 개최에 앞장섰다. 2005년부터는 서울에서 매년 한·일 축제한마당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한·일 문화 교류 사업도 주도해왔다.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 축제한마당에서는 일본 측 실행위원장을 맡아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실천력도 과시했다.

나리타 고문은 본업인 광고 분야에서도 한·일 간 협력을 주도했다. 97년 국내 광고회사인 피닉스커뮤니케이션즈와 공동으로 한·일 포럼을 개최해 국내 광고업계·언론과의 연계를 도모했다. 2006년에는 한·일 등 아시아 8개 국가·지역으로 구성된 아시아광고업협회를 설립해 초대 회장에 취임했다. 2007년 제4회 아시아광고업협회 총회의 제주도 개최도 나리타 고문이 주도했다.

현재 김포·하네다(羽田)간 셔틀 항로 취항도 나리타 고문의 기여가 크게 작용했다. 훈장 수여식 뒤 권철현 주일대사가 나리타 고문을 위해 열어준 축하 리셉션에는 모리 요시로(森喜郞) 전 총리 등 일본의 저명인사들이 여럿 참석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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