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유학 정보’] 선배에게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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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역사와 작문이 결합된 소규모 세미나 수업에서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배경에 대한 작문 과제를 위해 우리는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이 수업은 교수님 주도 아래 학생들이 주제별로 토론을 하며 자신의 입장을 정해 논리적으로 작문을 한 뒤 제출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이날도 학생들이 두 의견으로 나뉘어 토론을 진행했는데 분명히 잘못된 사실을 바탕으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잘못된 부분을 지적했지만, 단순 암기를 바탕으로 쌓인 지식이었기 때문에 논리적인 근거를 대지 못해 묵살당했다.

분명히 잘못된 역사적 지식이기에 교수님을 쳐다보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교수님은 어떻게 된 일인지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교수님은 사실을 정정하지 않고 토론에서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중간 중간 한마디씩 던지셨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수업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토론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해결해 결국은 완벽한 역사적 사실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토론을 이끌었던 교수님의 역할과 소규모 토론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수업이었다.

이런 수업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토론을 위한 의견과 질문을 생각해 내는 것이었다. 한국의 교육에 익숙한 나는 문제점을 찾아내고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이런 토론식 수업에 익숙해지면서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해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능력이 향상되고 있음을 느낀다.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이었다.



전체 학점 중 필수교양 과목 절반 돼야 졸업 가능

대학이 지식의 전당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입학한 학생을 각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시키는 것뿐만이 아니라 교양을 갖춘 지식인이 될 수 있도록 기본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대학 학부 과정에 다니기 위해서는 문·이과 과목 중 일부를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이런 필수과목의 구성을 ‘코어 커리큘럼’이라고 부른다. 컬럼비아대는 시카고대와 함께 필수로 들어야 하는 교양과목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미국 대학 교양교육의 시초인 컬럼비아대는 재학생 전원에게 문학, 철학, 건축, 역사, 작문, 외국어, 체육, 음악, 미술 등 전 분야에 걸친 필수과목의 이수를 요구한다. 졸업하는 데 필요한 124학점 중 절반에 가까운 60학점 이상을 코어 커리큘럼에 포함된 과목으로 채워야 한다. 이는 때로는 전공과목 이수 학점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

이런 기본적인 시스템 덕분에 컬럼비아대는 코어 커리큘럼이 없거나 최소화돼 과목 선택의 자유가 많은 브라운대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곤 한다. 비전공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체계적인 수업을 통해 여러 학문을 접하고 싶은 학생은 코어 커리큘럼이 강한 학교에, 제한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몇 가지 분야만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학생은 코어 커리큘럼이 최소화된 학교에 지원하는 것이 좋다.

현재 미국 대학에서는 커리큘럼 구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9·11 테러 이후 이슬람 세계와의 갈등이 커짐에 따라 코어 커리큘럼이 서양 문화 위주로 짜여 있지 않으냐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컬럼비아대에서는 서양 문화 이외의 필수과목에 대한 연구가 탄력을 받고 있다. 또한 해외 대학들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코어 커리큘럼을 만들고 있다.



한국의 밤과 다른 문화 … 캠퍼스 안에서도 안전에 조심해야

누구나 외국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우리나라 참 살기 좋은 나라”라는 말을 하곤 한다. 우리나라처럼 새벽 2~3시에도 산책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총기 소유가 허가되는 미국의 대도시에서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치안만큼은 우리나라를 최고로 꼽는다. 그래서 한국에서 온 학생들은 캠퍼스 안전에 불감증이 있는 경우가 많다. 위험한 상황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고등학생 때 미국으로 캠퍼스 투어를 간 적이 있다. 그때 미국 학부모들이 항상 공통적으로 하는 질문이 있었다. 바로 캠퍼스 내 안전이었다. 미국에서는 범죄가 일어나면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대도시에서는 강력 범죄 발생 비율이 현저히 높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국 대학들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안전에 관한 한 굉장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인다. 시골 학교에도 대부분 비상벨이 일정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또 가까운 거리라도 ‘에스코트’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골프 카트, 경찰차 등을 제공하거나 경찰관이 동행해 주기도 한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범죄율이 높은 도시의 대학들도 캠퍼스 주변은 상당히 안전한 편이다.

각 대학은 매해 캠퍼스 내에서 일어난 범죄 사건에 관한 통계를 공개한다. 해당 자료를 보면 범죄 횟수, 유형, 결과 등에 대한 자세한 자료가 나와 있어 학교의 안전 수준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항상 범죄는 늦은 밤 혼자 위험한 지역을 다닐 때 일어난다. 술에 취해 있다면 더욱 위험할 것이다.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캠퍼스 경찰이 알려주는 안전수칙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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