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환율급등으로 자금시장 경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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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아에 대한 법정관리 방침이후 안정세를 찾아가던 원화 자금시장도 환율급등과 주가폭락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표적 장기금리인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27일 주말보다 0.18%포인트 뛰어오른 연 12.60%에 마감됐다.

최근 들어 줄곧 하락세를 보이던 대표적 단기금리인 하루짜리 콜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주말대비 0.06%포인트 오른 연 13. 65%를 기록했다.

월말자금 수요에다 금융시장 전반에 흐르는 불안감으로 자금운용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던 탓이다.

그러나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향후 장단기 금리의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단 자금시장만 놓고 따져보면 돈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9월8일 (제일은행) 과 10월16일 (16개 종금사) 각각 1조원씩의 특별융자를 제공한데 이어 23일에도 환매조건부국공채 (RP) 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은행.종금사.증권사등에 3조원을 풀었다.

자금 자체는 충분하다는 얘기다.

콜금리의 경우 28일로 예정된 부가세 납부에 따라 은행권이 콜자금 운용을 자제해 소폭 올랐지만 한은의 자금시장 안정의지에 비춰볼때 앞으로 급격한 상승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은행들은 종금사로부터 보증받거나 담보를 잡아둔 기업어음 (CP)에 대해서는 대부분 만기연장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환율상승이 지속돼 기업의 달러화에 대한 가수요가 일 경우 콜금리를 부추길 불안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달러화를 사들이기 위해 콜시장에서 단기 원화자금 수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지난 4~5월 환율상승세가 지속됐을 때도 콜시장에서의 자금수요가 일어 콜금리도 함께 올랐었다.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 역시 시장수급만으로는 급격한 상승요소가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기업의 자금사정은 여전히 힘들다.

부도공포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금융기관의 신규여신은 꽁꽁 얼어붙었다.

여전히 일부 종금사에서는 신규여신 업무를 중단하고 있다.

5대 재벌이 아닌 비우량기업은 돈을 구하기 어렵다.

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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