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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권 밸리, 새로운 벤처 메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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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금융회사에 업무 개선 시스템을 공급하는 에프엔지정보의 김태경 사장은 최근 사무실을 서울 강남구 학동에서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형 공장으로 옮겼다. 영업·기술직이 대부분인 30명의 직원들은 일을 외부에서 처리하고 출퇴근해 사무실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김 사장은 “내근직이 적기 때문에 사옥이 도심에 있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사옥이 있다는 점에서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의 구로·금천·강서구 등지가 서울의 새로운 벤처타운으로 떠올랐다. 1만여 입주업체가 군집한 ‘서울 서남권 첨단기업밸리’가 형성된 때문이다. 이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기업 유치와 세원 확보를 위해 벤처단지와 아파트형 공장 인프라를 적극 육성한 때문이지만, 중소·벤처업체들이 서울 강남·서초구 등 사무실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서 탈출하고 있어서다. 2006년 부동산 값이 최고점을 기록한 뒤 기업들의 강남 탈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서울 지하철이 거미줄처럼 퍼지면서 서남권 지역의 교통이 편리해진 것도 강남권 이탈을 재촉하고 있다.

◆강남에서 서남권으로=구로·가리봉동 공단의 후신인 구로디지털단지에 따르면 이달 현재 이 단지에 8600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이는 2년 전인 2007년보다 1200개 사가 늘어난 것이다. 올 들어 입주 예약 건수도 200개가 넘는다. 이곳에는 아파트형 공장 건물 28곳이 건설되고 있어 향후 4000여 업체의 추가 입주가 예상된다. 강서구 가양·염창동에도 400여 업체가 입주해 있다. 아파트형 공장 건물은 사무 공간의 취득·등록세가 면제되고 5년간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50%가 감면된다.


코스닥 상장업체로 정보기술(IT) 제품을 판매하는 메디프론 디비티는 연초에 사옥을 서초구 방배동에서 염창동의 한 아파트형 공장 건물로 옮겼다. 지난해 사무실을 강남 테헤란로에서 구로동으로 옮긴 게임커리어의 김지윤 사장은 “임대료·관리비 같은 사무실 유지 비용이 강남에서는 월 800만원이었는데 구로에서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구로에는 게임업체들이 몰려 있어 정보 교환이나 사업 협력에도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강남 오피스 빌딩의 월 임대료는 구로·강서 지역의 두 배가 넘는다. 강남구 역삼동 업무용 빌딩 한신인터밸리의 전용면적 125㎡ 사무실은 ㎡당 월 임대료가 5만원이다. 이에 비해 구로동 대륭포스트타워 132㎡의 ㎡당 임대료는 2만원이고 염창동 블루나인의 132㎡는 ㎡당 2만원이 채 못 된다. 강남의 상가빌딩 공실률이 오르면서 중소형 빌딩의 매물도 시장에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전문업체 나비에셋의 곽창석 사장은 “강남의 업무용 빌딩 중 대로가 아닌 이면도로의 중소형 빌딩은 지난해 말부터 공실이 부쩍 늘고 있다”고 밝혔다.

◆지하철이 기업 이동 부추겨=웬만한 기업들은 사무실을 구할 때 지하철 2호선이 순환하는 강남 지역, 특히 테헤란로 변을 선호했다. 교통이 편한 것이 중요하기도 했지만 번화가가 아닌 곳에 사무실을 둔 중소업체들은 젊은 직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IT·게임 업체들을 중심으로 지하철 노선이 닿는 곳으로 사무실을 이전하는 추세다.

구로디지털단지에는 지하철 1, 2, 7호선이 스친다. 5월 개통 예정인 9호선이 지나는 강서구에는 가양동 테크노타운과 염창동 우림블루나인 등이 들어섰다. 염창동 이마트 인근에도 사무용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염창동에서 가양대교를 건너 10분 거리에는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가 자리 잡았다.

LG CNS·온세텔레콤 등 230개 기업이 입주한 이곳은 지하철 6호선이 다닌다. DMC에는 2014년까지 총 500여 개 기업이 들어설 예정이다. 5호선 발산역이 가까운 마곡지구도 2015년부터는 기업들이 본격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이봉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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