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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문학동네 작가상에 전수찬 '어느덧 일요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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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영하.조경란.전혜성을 거쳐 지난해 박민규까지, 굵직한 신인들을 배출해 온 문학동네작가상은 올해 본심 심사위원을 성석제(44).신경숙(41).신수정(39)씨 등 비교적 젊은이들에게 맡겼다. 지난해 심사는 도정일(63).이인성(51).남진우(44)씨 등이 했다.

전수찬(36.사진)씨의 장편소설 '어느덧 일주일'이 심사위원들의 눈에 들었고, 9회 수상작으로 뽑혔다.

하지만 '어느덧…'의 '새로움'은 젊은 심사위원들에게도 적잖이 낯설었던 모양이다.

신수정씨는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다"고 했지만, 신경숙씨는 "번민하다 손을 들어주었다"고 했고 성씨는 "뭔가 새로운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고 각각 심사평에서 밝혔다.

'어느덧…'의 큰 미덕으로 빠르게 읽힌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200자 원고지 500쪽 분량 소설책 한 권을 읽는데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문장이 짧고 등장인물 간의 대화 부분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독서의 진행을 방해하는 장황한 묘사나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찾아볼 수 없다.

소설은 제도로서의 결혼 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서른일곱의 유부녀 기연과 '졸업 후 취업'이라는 삶의 정해진 행로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서른살 준태가 함께 보낸 불륜의 일주일을 그렸다. 기연의 남편은 친구들과 지리산으로 여행을 떠난 참이다.

두 사람의 불륜은 트로트처럼 척척 감기는 끈적끈적한 것이 아니다. 살살 녹는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딱히 결혼이라든가 동거라든가 하는 삶의 형태로 이어지는 약속을 빈말로라도 해본 적이 없는 사이이고 섹스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일요일, 남편 없이 홀로 있는 기연의 집을 찾아간 준태는 함께 산책로를 달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둘의 오래 된 놀이인 '상태 추적 게임'을 한다. 상태 추적 게임은 길에서 만난 아무나를 대상으로 그 사람의 현재 처지를 추리해보는 게임이다. 일요일부터 시작된 둘의 '쿨'한 연애사건에 빠져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토요일에 와 있다.

가볍게 읽히지만 소설은 얇지 않다. 소설의 또다른 미덕은 심각하지 않게 심각한 상황을 전달한다는 점일 것이다. 심각함의 내용은 주인공들이 부자 간, 부부 간 소통 단절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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