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받는 관료는 손목을 자르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돈을 훔치는 자의 손목을 자르자."

22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청년단체 '17개의 객차' 소속 회원 50여 명이 듣기에도 섬뜩한 이런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당국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시내 중심가를 행진했다고 보도했다.

정부 관료들의 뇌물수수 관행을 보다 못한 청년들이 길거리로 나선 것이다. 경제 위기가 깊어지면서 러시아의 고질적 병폐인 부정 부패 관행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국가 반(反)부패위원회' 위원장 키릴 카바노프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뇌물 규모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위기대응 프로그램에 따라 집행되는 예산의 분배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정부의 구제금융을 타내기 위해 기업과 은행들은 가동할 수 있는 모든 라인을 동원해 정부에 줄대기를 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한다. 정부 청사에는 기업 로비스트들이 북적대고 있다.

카바노프 위원장에 따르면 러시아의 뇌물 수수 규모는 연 2400억~3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중 40~60%가 리베이트 자금이다. 특정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해주는 대가로 고위관료나 정부 인사에게 건네지는 돈이다. 요즘같은 상황에선 구제금융을 받게 해주는 조건으로 일정 비율의 사례를 하는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카바노프는 "관료들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 위기 상황을 최대로 활용해 사리를 채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유철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