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최악 폭락사태 제동나선 재정경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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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증시가 사상 최악의 폭락을 보인 다음날인 25일 재정경제원 증권제도과.증권업무과등 증권관련 부서는 오전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모니터에 나타난 주가가 개장과 동시에 내림세로 치닫는 것이 확인되면서 분위기는 더 긴박해졌다.

증권쪽 당국자들은 연금.기금 운용을 맡고 있는 다른 부처 관계자들에게 주식 매입을 부탁했다.

또 은행.보험.투신등 각각의 기관투자가 협회에 연락해 오늘도 매수우위 결의를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오전10시 당국자들은 그동안 아껴뒀던 포항제철과 한국전력의 자사주 매입 (각각 1천억원) 카드를 시장에 내놓았다.

그러나 시장엔 먹혀들지 않았고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한편 증시에선 외국인에 이어 개인투자자들마저 앞으로의 장세를 불투명하게 보고 "더이상 늦기 전에 주식을 처분하자" 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었다.

특히 24, 25일 주가폭락때 각 증권사엔 "가격과 상관없이 무조건 팔아달라" 는 개인투자자들의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최근 이틀동안 종합주가지수가 6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자 증권사 일선 지점에선 담보부족 계좌들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주식을 다 팔아도 원금을 한푼도 못건지는 '깡통계좌' 에 대한 강제 반대매매로 인해 주가폭락이 한층 가속화했다. 이에따라 일부 증권사 객장에선 반대매매를 당한 투자자와 증권사 직원들 사이에 시비가 벌어지기도 했다.

주가가 계속 빠지자 김우석 (金宇錫) 국제금융증권심의관은 강경식 (姜慶植) 부총리와 강만수 (姜萬洙) 차관등 재정경제원 수뇌부에게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며 과장이하 담당자들과 여러차례 대책회의를 가졌다.

회의에선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주식매입을 독려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10시40분 집요한 설득이 효과를 본 탓인지 기관투자가들이 매수주문을 내기 시작했고 주가는 오름세로 돌아서 5백55포인트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도 잠깐 11시를 넘기면서 다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담당 사무관.서기관들은 차라리 황당한 표정이었다.

11시 20분 내림세가 진정되지 않자 증권쪽 당국자가 은행쪽 당국자에게 구조 (SOS) 전화를 했다.

"은행이 너무 안 들어가고 있다.

독려를 부탁해달라" 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종결된듯 거래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고 주가도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김동호.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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