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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파고 타고 업종 영역 파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서울서초구서초동 L한의원은 지난 5월부터 1~2개월 과정의 한방 비만클리닉을 운영,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기존의 침술을 활용해 지방을 분해하고 몸매를 다듬어주는 '다이어트 침' 을 개발, 한번에 2만원씩 받고 시술해준다.

또 고객의 체질을 검진한 뒤 거기에 걸맞은 한약을 처방해준다.

한방 비만클리닉은 서울도심에 10여군데가 성업중이고 일부 한의원에서는 키작은 사람을 위한 '성장 클리닉' 을 운영하는등 고유 영역을 벗어난 '외도' 에 비중을 두는 한의원이 증가추세다.

대형 약국의 증가로 경영압박을 받는 소규모 약국들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서울강남구대치동 J약국은 지난 3월부터 무릎보호대등 스포츠용품, 유아영양제.보행기등 유아용품, 기능성 화장품을 팔고 있다.

J약국 주인 이모 (35) 약사는 "약품 이외에 화장품등 부대상품 판매로 매출이 한달에 2백만원 가량 늘었다" 고 말했다.

또 일부 약국에서는 고객을 상대로 건강검진과 상담을 해주고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마련, 회원을 모집해 이들을 관리해주고 있다.

높은 수익을 보장받던 변호사업계에도 업무영역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일부 변호사들은 1억원짜리 부동산의 경우 등기대행 수수료가 20만원에 불과해 그동안 전혀 관심을 두지 않던 등기업무에 손을 뻗쳐 대형 아파트단지의 등기대행은 물론 법률 서류작성등 법무사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특히 내년 3월 특허법원 설립을 계기로 일부 법무법인에서는 특허업무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어 변리사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한 변호사는 "사법시험 합격자 증가로 변호사가 늘어난데다 계속된 불경기로 사무실 운영이 어려워 업무범위를 넓혔다" 고 말했다.

직업 영역 붕괴는 전문직종 뿐만 아니라 이삿짐배달업등 일반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경쟁 격화로 경영이 어려워진 이사업자들이 생활용품과 부동산에 관한 정보를 고객에게 알려주고 전입신고.차량등록 이전등 관공서관련 업무도 대신 해주고 있다.

이재국.윤창희 기자

[전문가 진단]

불경기에 살아남기 위해 업체간 경계를 허무는 이같은 '직역 (職域) 파괴'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황이 촉발시킨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설명한다.

성균관대 경영학부 한상만 (韓相晩) 교수는 "직역 파괴는 지속적인 불경기를 견디지 못한 업자들이 생존전략으로 사업의 핵심적인 기능에 부대적인 서비스를 통합,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 이라고 진단했다.

한교수는 "이는 한쪽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전문화와 더불어 진행되는 통합화의 경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작은 부문에서 시작, 전체 산업에까지 확대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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