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만족한 김영삼대통령-김대중총재 영수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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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과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총재의 24일 청와대 회동은 두 사람 모두에게 적잖은 소득을 가져다 준 것같다.

金대통령은 자신이 의도한 바를 이루고 金총재는 필요한 부분을 얻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양측은 모두 만족감을 표명했다.

이전의 회동에서 양자가 만난 직후부터 으레 나왔던 상호불신 또는 불만의 표명이 이번엔 나오지 않고 있다.

양쪽 표정이나 분위기로 미루어 보더라도 앞으로도 그럴 것같지는 않다.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총재의 金대통령 탈당요구등의 사태가 양자간 접합점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어쨌든 대선을 55일 앞둔 어지러운 정국에서 양측의 손익계산이 맞아떨어진 모양새다.

일단 정부와 여당간에 국한한 정국의 불안정성도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대통령과 제1야당 총재가 여러 쟁점과 현안들에 대해 견해를 같이하고 공동보조를 취하는 약속을 함으로써다.

金대통령에게는 金총재는 물론 각 대선후보들과의 새로운 관계설정을 알리는 자리가 됐다.

정계개편을 추진할 구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모든 후보와의 등거리관계를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金대통령 탈당 요구에 이어 회동을 거부한 李총재를 제외하고는 金대통령이 여타 대선후보들과 각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은 셈이다.

李총재와 결별 모양새를 조성함으로써 집권당 명예총재로서의 멍에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점도 있다.

결국 선거관리자로서의 중심적 역할로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고, 남은 임기동안 대통령으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다소 지키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金총재는 이같은 金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고 있다.

서로의 아픈 곳을 감싸주면서 필요한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주고받는 '거래' 가 이날 성공리에 이뤄진 배경이기도 하다.

金대통령이 "비자금 폭로 사실을 알았더라면 말렸을 것" 이라고 말한 대목이나 金총재가 "金대통령은 비자금 폭로사건과는 무관하다" 고 '보증한' 것등이 이런 맥락이다.

그래서 金총재는 이번 연쇄회담에서 가장 득을 볼 후보가 될 것이란게 대체적 시각이다.

가장 큰 소득은 대선가도에서 솟아날 수 있는 장애물들을 미리 제거하는 기회를 만든 것. 金대통령이 사정 (司正) 기관을 포함한 정부기관의 공명선거 노력을 분명히 못박은데 대해 만족하고 있다.

金총재 주변에서는 "최소한 비자금 시비와 같은 의도적인 덫은 없을 것" 이라며 순항을 낙관했다.

"용공.색깔시비등도 더이상 제기되지 않을 것" 이란 얘기다.

"金대통령과 金총재간 막후협상에 의해 검찰의 수사방침이 번복됐다" 는 여권 일각의 주장은 국민회의로선 이번 회동으로 쑥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양자간 회동에서 金총재가 배석자를 물리치도록 한 것이나 여러 측면에서 의견을 같이한 점을 들어 이회창총재측은 담합설이 왜 나왔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金대통령의 선거중립 의지에 대해 金총재는 확신을 갖는 모습이다.

회담후 서울 여의도 당사로 돌아가는 승용차안에서 그는 수행한 유재건 (柳在乾) 비서실장에게 "선거에 엄정한 중립을 지키겠다는 말을 여러차례 하시더라" 며 "믿을만 하다" 고 말했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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