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선수서 메이저 최고 조련사로 변신한 말린스 릴랜드 감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내일이 없는 마이너리그 선수' 에서 메이저리그 '최고의 전략가' 에 이르기까지. 97년 월드시리즈 최고의 휴먼스토리 주인공은 단연 플로리다 말린스의 짐 릴랜드 (53) 감독이다.

릴랜드는 올해 '90년대의 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뛰어넘어 꿈에 그리던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오하이오주의 작은 마을 페리스버그에서 태어난 그는 3~5차전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홈구장 제이콥스 필드에서 치르는 가운데 '금의환향' 한 셈이다.

10세였던 54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경기를 처음 지켜본 뒤 프로야구 선수를 꿈꾼 그는 20세가 된 64년 타이거스의 마이너리그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2할4푼3리의 타율을 넘지 못하고 한시즌 홈런 1개씩밖에 때리지 못한 릴랜드는 7년동안 줄곧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메이저리거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대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릴랜드는 “야구선수의 소질이 없는 만큼 지도자로 성공하지 못하면 자동차수리공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며 당시를 회상했다.

11년동안 마이너리그 코치와 감독을 거친 그는 무능한 선수에서 유능한 지도자로 변신했다.

세차례에 걸쳐 마이너리그 '올해의 감독' 상을 차지한 그는 82년 토니 라루사 (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 의 눈에 띄어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3루코치를 맡으며 마침내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처음으로 감독에 오른 것은 86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맡으면서다.

당시 꼴지를 다투던 파이어리츠는 불과 3년만에 내셔널리그의 강호로 바뀌었다.

90년부터 92년까지 3년 연속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다.

파이어리츠의 예산감축으로 선수층이 더욱 엷어지며 의욕을 잃었던 릴랜드는 올해 말린스로 자리를 옮겼다.

우수선수들로 무장된 말린스의 사령탑에 앉자 곧바로 창단 5년의 신출내기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끌었다.

릴랜드는 그러나 자신을 치켜세우는 주변 사람들에게 “마이너리그 감독.코치들에게 꿈을 주게 됐음이 가장 기쁘다” 고 강조할 뿐이다.

LA지사 = 허종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