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과학고 특별전형 일부도 입학사정관제 통해 선발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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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확대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과학고에도 도입될 전망이다. 사교육에 의존한 점수 올리기가 많다고 지적돼 온 각종 경시대회(올림피아드) 수상 실적을 반영하지 않고 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과학고 입시 개선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이진규 영재교육지원과장은 22일 “미래 과학도 양성이라는 교육의 취지를 살리고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과학고 입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19일 과학고 전국 교장·교감 회의를 열고 이 같은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교과부는 기존에 학교장 추천과 올림피아드 실적을 통해 뽑던 과학고 특별전형을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통합한 뒤 이 중 일부를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교 입시전형을 변경하려면 10개월 전에 공지해야 한다. 따라서 과학고의 새 입시안은 현재 중2가 고교에 진학하는 2011학년도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이미 2011학년도부터 각종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전형 요소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입학 정원의 10% 정도를 사정관 전형으로 뽑는다는 계획이다.

과학고 입시 개선안은 영재교육 대상자 선발 방식을 바꾸려는 교과부의 정책 틀과 일치한다. 교과부는 “수학·과학 실력을 평가하는 현행 영재 발굴 방식이 사교육을 과도하게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영재코디네이터를 각 학교에 배치해 장기간 관찰해 선발하는 방식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지 3월 20일자 8면>

 ◆과학고 반응 엇갈려=전국의 과학고는 중학교 내신성적과 필기시험, 각종 경시대회 성적 등을 반영해 학생을 뽑았다. 고교 입시안 결정권은 16개 시·도교육감이 갖고 있다. 하지만 교과부가 사교육을 이유로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권고하면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새 입시 안에 대해 과학고의 반응은 엇갈렸다. 김영준 한성과학고 교장은 “현재 정원의 80% 이상이 2년 만에 조기 졸업하고 있는 현실에서 잠재력만 보고 뽑아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취지를 살리려면 영재교육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과학고는 “점수 위주보다는 특정 분야에 소질 있는 학생을 특별전형으로 뽑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가 대학을 지원하듯 사정관제를 도입하는 과학고도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찬 기자

◆입학사정관제=입학 업무만 전담하는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을 채용해 신입생을 뽑는 제도. 입학사정관은 수험생 성적뿐만 아니라 잠재력·특기·창의력·열정·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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