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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작품 ? 김훈이든 카뮈든 뭐든 많이 읽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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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신춘문예 응모작을 쓰느라 스님처럼 머리를 깎고 내면에 스스로를 가뒀던 산골 초등학교 초임 교사가 있었다. ‘狂氣(광기)’란 두 글자를 벽에 붙여놓고 미친듯 글을 써온 지 40여 년. 『다산』 『아제아제바라아제』 『아버지와 아들』 등을 쓴 원로 소설가 한승원(70)씨의 이야기다. 지금도 고향 전남 장흥의 작업실 ‘해산토굴’에 스스로를 가두어 두고 장편소설 하나를 잉태하고 있는 그가 40년 소설 비기를 내놓았다. 『한승원의 소설 쓰는 법』(랜덤하우스)이다.

“소설 쓰는 일에 미쳐버려라.” 소설가 한승원씨가 한국 소설문학의 판도를 바꿀 도전자들에게 던지는 결정적 한마디다. [중앙포토]


“당신도 소설 한 편을 써서 대박을 터뜨릴 수 있고, 한국 소설의 판도를 바꾸어놓을 수 있다.” 작가 서문의 첫 문장부터 도발적이다. 1억원 고료의 장편소설상을 운영하는 신문사만 세 곳이다. 이를 두고 “언제부터인가 세상에는 눈먼 대박들이 굴러다니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창녀와 소설가가 모두 상품”이라 선언한다. “(창녀가) 온 인생, 온 운명을 던져서 미친 듯이 고객을 위해 사랑행위를 하듯이 소설가는 먼저 책 읽기에 미쳐야 하고 소설거리 하나 붙잡으면 그 소설을 미친 듯이 써내야 한다.”

상품으로서의 소설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있지 않다면 내 이야기를 누가 읽어줄 것인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려면 등장인물들 사이에 갈등 대립이 치열하게 일어나야 한다. 갈등 대립이 치열해야 이야기와 서술하는 문장 하나하나에 탄력이 생기게 되는 법이다.”

‘재미’란 덕목에서 시작된 좋은 소설의 요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갈등과 대립을 만들어내는 법, 탄력있는 문장을 쓰는 법, 반전의 미학, 허구 만드는 법, 소재 찾기, 수사법과 비유법, 형상화 기법 등 소설을 쓰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떻게 소설을 쓰느냐’는 해답을 얻기에 앞서 ‘왜 소설을 쓰는가’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한단다. 이는 “왜 사느냐 하는 존재론적 물음과 같다”는 작가의 철학이 묵직하게 깔려있다. 전화로 더 물었다.

-‘대박’이란 표현이 자극적입니다.

“상업성을 강조한 게 아닙니다. 좋은 작품으로 문학의 판도를 바꾸라는 거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순수한 예술작품이 좋은 상품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소설이 좋은 소설일까요.

“재미있고, 문장 하나하나 뜯어서 맛보며 읽을만한 소설이 좋은 소설입니다. 읽고 나면 예술적 성취나 삶의 참된 진리를 읽히게 해줘야 하지요. 요즘 흔한 ‘막장 드라마’처럼 사나운 것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예술성을 갖춘 재미있는 소설이 좋은 소설이죠.”

-처음 소설을 쓰는 이들은 무엇부터 해야할까요.

“도스토옙스키나 카뮈 같은 동·서양 거장의 좋은 장편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김훈의 소설도 좋은 전범이 될 거예요. 우주의 율동을 배울 수 있도록 좋은 철학서, 인문과학서나 자연과학 서적도 읽어야 하고요. 그야말로 혜성같은 신인이 등장하면 좋겠어요.”

이경희 기자

◆1억원 고료 제 1회 중앙장편문학상=200자 원고지 800장 이상 분량의 미발표 창작 소설 공모. 200자 원고지 20장가량의 줄거리를 첨부하고, 겉봉투와 원고 맨 앞·뒷장에 성명·주소·연락처·원고량을 명기해 2009년 10월 26일까지 ‘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사 문화부 중앙장편문학상 담당자 앞’으로 보내주십시오. 원고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02-751-5606, 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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