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위기 극복, 그 이후도 고민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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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한국 야구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에서 베네수엘라를 큰 점수 차로 꺾고 결승에 먼저 올랐다. 상대의 에러가 많기도 했지만 우리 팀의 기량과 조직력이 갈수록 빛을 내는 것 같은 기분 좋은 경기였다.

지난주 며칠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일본에서도 야구, 특히 한·일전은 화제의 중심이었다. 멕시코를 꺾은 날인 도착 첫날, 저녁 식사차 들른 초밥집 주방장이 건넨 첫 대화는 “한국 야구 참 강하네요”였고, 일본과의 세 번째 맞대결에서 한국팀이 이긴 날 경기 직후 찾아간 하타케야마 노보루 국제경제교류재단 이사장의 첫 인사도 “한국, 축하합니다”였다. 떠나는 날 하네다공항에서 본 일본과 쿠바의 경기에서 일본이 쿠바를 꺾자 대기실에 앉아 있던 사람들 사이 여기저기에서 “그럼 또 한국과 싸워야 하나”라는 얘기가 들리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한·일 결승전의 가능성은 절반으로 높아졌다.

적어도 경기 중계를 보며 선수들 하나하나의 움직임과 그 결과에 희비의 탄성을 터뜨리는 순간만큼은 어려운 경제의 그림자가 잠시 비켜선 듯한 느낌, 그게 스포츠의 매력이고 힘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잠깐의 청량감은 맛봤지만 경제 상황은 여전히 두꺼운 구름 속이다. 도쿄 서점들 잡지 코너에 꽂혀 있는 최신 경제주간지의 표지 제목들은 ‘외수격감에서 소득격감으로 심각화- 경기 바닥 없다’(주간 이코노미스트)나 ‘당신이 알지 못하는 빈국-연수입 200만 엔 이하가 1032만’(주간 다이아몬드)처럼 심각해지는 경제의 실상을 파헤치는 것들로 메워져 있었다. 인터뷰에서도 ‘1942년 이래 최악의 생산 감소’라든지 ‘직접·간접 수출 공히 감소하는 더블 펀치’처럼 일본 실물 경제의 급격한 위축을 걱정하는 소리가 주류였다.

그러면서도 두 가지 점은 빼놓지 않았다. 첫째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이나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제 경제의 공멸을 막기 위해선 보호주의를 경계하고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둘째는 아직 바닥이 보이지는 않지만 한시 빨리 지난 20여 년간 성장동력원이 되어 주었던 IT산업에 필적하는 새로운 성장 분야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현재의 위기를 보면서 앞날도 반드시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겠는데, 이 당연하면서도 간단치 않은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 그게 과제다.

박태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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