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속 신데렐라는 유리구두가 없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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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재투성이’ 소녀가 왕자님을 만나는 동화 속 이야기가 현대 발레로 다시 태어났다. 국립 발레단의 ‘신데렐라’에는 저 유명한 신분 상승의 수단, 유리구두가 없다. 맨발로 가냘프게 춤추던 신데렐라가 잿더미 속에 발을 담갔다 꺼내자 반짝이는 금가루로 물든다. 요정의 마법은 거추장스러운 파티복 대신 심플한 백색 드레스. 소녀는 변신을 완료한다. 요정이 왕자의 눈을 가렸다 벗겨 주면 그는 신데렐라의 금빛 맨발에서 눈을 뗄 줄 모른다.

발레리나의 발에 대한 오마주이자 페티시적 시선, 두 이복 자매는 기괴한 코르셋과 반쪽짜리 빨간 치마를 입고 뒤뚱거리며, 계모는 보랏빛의, 요정이 되어 나타난 친어머니는 투명하게 반짝이는 보디 슈트를 입었다. 왕자는 신데렐라와 춤추는 시간 못지않게 유혹하는 ‘계모’, 그리고 신비한 ‘요정 엄마’와도 오래 춤춘다.

이번 작품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 활약하다 복귀하는 김지영과 우리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주원을 한 무대에 캐스팅해 관심을 모았다. 이 ‘숙명의 라이벌’은 김지영이 신데렐라를, 김주원이 그에 못지않은 비중의 요정 엄마 역할을 맡는 것으로 정리됐다.

프로코피예프가 작곡한 발레 ‘신데렐라’가 장크리스토프 마요의 안무로 국내 공연된 것은 1995년 몬테카를로발레단 내한 때가 처음이다. 마요와 국립발레단의 협업은 2000년, 역시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두 번째다. 마요의 신데렐라는 기존의 2인 구도를 탈피해 신데렐라의 아버지를 비롯한 5명을 입체적인 주인공으로 되살리며 창조적인 드라마, 그로테스크하며 에로틱한 의상과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무대 등을 특징으로 한다.

국립발레단은 이번 공연을 3년간 계약해 지방 순회 등으로 장기화할 예정이다. 최저 5000원짜리 티켓도 있다.
3월 22일 오후 3시, 23~24일 7시30분 예술의전당, 4월 3~4일 7시30분 창동 열린극장. 가격 5000~15만원. 문의 1588-7890

이수영 객원기자 uchat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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