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봄, 아직 오지 않았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06호 26면

주식시장에 봄기운이 완연해졌다.
2월까지 코스피지수 1200을 돌파하기 위한 네 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이번이 가장 믿음직스럽다. 가장 큰 차이는 앞선 경우들은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주가만 올라간 것이지만 현재는 경기지표가 바닥에 도달한 때문일 것이다.

주가가 오르다 보니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주변 여건도 이런 기대를 충분히 뒷받침해 주고 있는데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이 127조원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나 가계 자금 잉여액이 20조원 이상 증가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유동성 장세가 만들어지려면 네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돈이 많아야 한다. 유동성 장세이니만큼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 필수조건인데 현재 유동성 수준이라면 충분하다.

둘째는 금리가 낮아야 한다. 금리가 상징적인 수준까지 한번은 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상징적인 금리는 사상 최저치였던 국고채 3년물 기준 3.2%이거나 이보다 낮은 2%대다. 1998년 10월 유동성 장세가 시작되기 전에도 금리가 사상 최초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현재 금리는 3%대 후반이어서 상징적인 수준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셋째는 최소한 경기가 바닥을 만들어야 한다.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돈을 많이 쏟아부어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돈으로 주가를 올려도 펀더멘털 부분이 다시 주가를 끌어내려 효과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이 오랜 시간 낮은 금리와 많은 돈을 공급했음에도 유동성 장세가 없었던 것은 경기가 돈의 힘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주가가 낮아야 한다.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면 주가가 단기에 50~60% 가까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만일 코스피지수 1100에서 유동성 장세가 시작된다면 주가가 1600 선까지 상승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시장은 실적 대비 높은 주가 때문에 견디기 어려운 지경이 된다. 이런 한계 때문에 유동성 장세는 낮은 주가에서 출발해 급하게 진행된 후 막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현재 유동성 장세의 전제조건 중 충족된 부분은 돈과 경기 바닥 정도다. 물론 이 둘만 가지고도 충분히 일을 도모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지속력이 약해진다.

최근 주가는 경기지표가 4월, 늦어도 5월에는 바닥을 만들 것이란 기대로 상승하고 있다. 가격 변수가 선행성을 띠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인데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르고 나면 주가가 싸냐 비싸냐 하는 문제로 초점이 옮겨질 것이다. 시장이 긍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유동성 장세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