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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장자연 리스트도 수사 … 지위고하 없이 원칙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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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탤런트 장자연(29)씨의 자살 사건이 권력형 스캔들로 비화되고 있다. 장씨 유족이 장씨 문건에 술접대·성상납 등을 받은 것으로 실명이 거론된 인사들을 고소했고, 이들 중엔 유력 종합일간지 대표, 정보기술(IT) 업체 대표 등이 포함돼 있다. 경찰은 20일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장씨 사건을 수사 중인 분당경찰서를 방문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원칙대로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거나 ‘문건에 나온 인사들로부터 외압을 받고 있다’는 일각의 추측을 일축한 것이다. 이날 조 청장은 현재 27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41명으로 늘릴 것을 지시했다. 아울러 인터넷에 떠도는 출처불명의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증 확보에 주력하는 경찰=지난 17일 장씨의 오빠는 문건 유출의 책임을 물어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장씨의 전 매니저 유장호(29)씨 등 3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문건에 등장하는 4명에 대해서는 형법상 강요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장씨의 오빠를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고소장이 접수된 만큼 경찰은 당연히 피고소인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고소인인 장씨 오빠는 고소장 말고 다른 문건은 제출하지 않았다. 고소의 근거는 이미 태워버린 문건에서 본 내용이었다. 때문에 경찰은 장씨가 술접대·성상납을 강요받은 장소와 일시 등 사실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부터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장씨의 기획사 직원이나 지인 등 주변인물 조사를 통해 진술을 확보하는 한편 목격자를 찾고 있다. 분당서 오지용 형사과장은 “사실관계를 먼저 입증한 다음 피고소인들에 대한 소환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고소인인 전 매니저 유씨와 기획사 전 대표 김모(40)씨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경찰은 지난 13일 유씨를 불러 조사했지만 그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는 부분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유씨가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조사를 피하자 20일 유씨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일본 체류 중인 기획사 전 대표 김씨에 대해선 인터폴을 통해 수배해 놓은 상태다.

경찰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는 추가 문건과 ‘리스트’의 확보다. 현재 경찰이 확보한 문건은 4장. 그러나 유족들은 자신들이 봤던 문건과 경찰이 확보한 문건은 문장 부호 등이 다르다고 진술하고 있다. 별도의 문건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도 문건이 여러 가지 버전으로 작성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확보한 문건 4장도 전체 문건 7장 중 앞부분으로 입수하지 못한 3장에 리스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소·처벌 여부 논란 일 듯=문건의 내용을 토대로 관련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성상납 등을 받고 돈을 줬을 경우 성매매로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법 적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용복 변호사는 “방송출연 등을 대가로 했다면 성매매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다만 대가가 있었다는 증거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정선언·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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