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국가봉사단 확대’ 법안 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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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연방하원이 국가봉사단 조직을 대폭 확대하는 법안을 18일 가결했다. 자원봉사직을 현재의 7만5000여 개에서 25만 개로 대폭 늘리는 게 법안의 골자다. 자원봉사 활동은 교육과 건강, 청정에너지, 전역 장병 분야에 집중된다. 중·고교생과 대학생이 봉사활동을 하면 학비 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이 국가봉사단 조직을 이처럼 확대하면 앞으로 5년간 60억 달러가 투입돼야 한다고 의회 예산국은 밝혔다.

법안은 9월 11일을 자원봉사의 날로 지정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9·11은 2001년 뉴욕과 워싱턴에서 알카에다의 테러를 당한 날이다. 미국인은 대형 테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참사 현장으로 달려가 희생자 유해 발굴, 피해자 이송과 치료, 청소 및 복구 등을 위해 대규모 자원봉사 활동을 벌였다.

법안은 “경기 침체의 시기에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을 활성화하는 것만큼 위기를 극복하고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없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희망을 담은 것이다. 오바마는 그동안 의회에 자원봉사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그는 취임식 전날인 1월 19일 10대 청소년을 위한 쉼터를 찾아 페인트 칠을 하는 등 봉사활동을 몸소 실천했다. 취임사에선 “우리는 남을 도울 수 있기 때문에 위대하다”며 자원봉사를 강조하는 걸 잊지 않았다.

부인 미셸은 얼마 전 조지 밀러 하원 교육노동위원장을 만나 법안을 꼭 통과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미셸은 시카고에서 자원봉사 조직을 만든 적도 있다. 법안이 하원에서 찬성 321, 반대 105표로 가결되자 오바마는 환영성명을 냈다. 그는 “우리가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는 데 정부만으론 해답이 되지 못한다”며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려면 모든 이들이 각기 (봉사를 통해) 작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에 따르면 중·고교생의 경우 여름방학을 이용해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이들이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하면 대학생 때 500달러(약 70만원)를 학비로 지원받게 된다. 대학생이 봉사활동을 하면 최대 5350달러를 장학금으로 받게 된다. 대학이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을 도우면 정부에선 보조금을 준다. 장애인과 빈곤층의 건강 증진, 자원 절약과 보존, 에너지 효율 증대 등을 위한 봉사 프로그램도 있다. 상원도 유사한 법안을 다음 주 중 처리할 예정이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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