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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생수가 순수한 물이란 ‘순진한 생각’에 대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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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보틀 마니아
엘리자베스 로이트 지음, 이가람 옮김
사문난적, 306쪽, 1만5000원

요즘 수돗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사람은 없다. 멋진 이름이 붙은 생수라야 안전할 것 같다. 이른바 웰빙 시대여선지 ‘수돗물=해악’이란 등식을 믿는 이들이 많다.

과연 그럴까. 환경 전문 작가인 저자는 ‘수돗물이 생수보다 못할 게 없으며 오히려 더 좋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생수 산업의 이면을 들춰내면서 더 이상 돈 내고 물을 마시지 말라고 충고한다. 수돗물에 비해 생수의 수질관리 체계가 허술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05년 한 대학의 연구에선 생수에서 수돗물보다 10배나 많은 박테리아가 검출되기도 했다.

생수는 환경 파괴의 주범이기도 하다. 미국에선 매년 생수병을 만들면서 1700만 배럴의 석유를 쓰는데 이때 각종 유해 가스가 배출된다. 더구나 버려진 생수병을 소각할 경우 다방향족 탄화수소란 발암물질도 나온다.

생수의 불편한 진실을 추적한 저자는 ‘물을 판매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가뜩이나 물이 부족한 마당에 특정 회사가 물을 소유해 팔아도 괜찮은 걸까. 책은 생수 브랜드 ‘폴란드 스프링’의 수원지인 미국 프라이버그 시의 사례를 통해 물 판매의 비도덕성을 꼬집는다. 프라이버그에선 생수 회사가 2005년 한 해에만 1억6800만 갤런(약 6억3500만ℓ)의 물을 퍼다 팔았다. 이 때문에 취수원이었던 우물과 호수가 메마르면서 주민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해법은 수돗물이다. 저자는 수돗물이 하수를 거의 남기지 않아 생수보다 친환경적이며 물을 공동 소유한다는 의미에서 민주적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생수가 순수한 물이란 오랜 믿음에 균열을 낸다. 수돗물 한잔 마시며 읽어도 좋겠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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