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대선후보교체론 확산…경과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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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이 어지럽다.

느닷없는 후보교체 바람 때문이다.

이회창 총재로선 최대의 위기국면이다.

수습한다 해도 깊은 상처를 남길 것같다.

수습도 여의치 않은 국면이다.

후보교체론은 줄곧 있어 왔다.

주로 비주류 일부의 주장이었다.

명분도 약했다.

때문에 당내 계파갈등의 인상이 짙었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체론은 시들해 지는듯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유는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었다.

이총재 지지율에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빠지는 기미마저 보였다.

더군다나 '김대중 비자금' 이란 최후의 처방을 썼는데도 그랬다.

그러다 보니 신한국당에 위기감이 엄습했다.

그것이 반 (反) DJP연대 주장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만섭 고문이 20일 반DJP연대론의 꺼풀을 벗겼다.

"마음을 비우자. " 그것은 곧바로 후보교체론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작금의 후보교체론은 이전의 그것과는 다르다.

우선 그 규모다.

당의 상당수 중진들이 동조하고 있다.

그들은 최근 며칠사이 잦은 모임을 가졌다.

21일에도 서청원 의원 주재로 골프모임을 가졌다.

모임마다 결론은 비슷했다.

"현상태로는 어렵지 않느냐" 는 것이다.

물론 이총재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는 것이다.

주로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의 설득논리다.

이한동 대표가 그중 하나다.

후보교체론은 이제 본격 제기될 전망이다.

한동안 신한국당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다.

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은 21일 계보모임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항간에 이회창후보로는 안된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교체문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얘기하면 결론이 나온다.

" 사실상의 후보교체 주장이다.

22일에는 서울지역 의원들이 후보교체를 공식 제기할 예정이다.

그들은 이한동대표와의 만찬이 예정돼 있다.

그자리에서 후보교체를 건의형식으로 제기한다는 것이다.

당내 초선의원 모임인 시월회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진들도 뜻을 모아 후보교체를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후보교체론이 조직화하는 것이다.

이총재 자력으론 입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대안이다.

당내에는 이런저런 말들이 돌고 있다.

그러나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그것은 또다른 분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후보교체론은 자기모순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컨대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만 작아지는 것이다.

그것은 후보교체론이 안고 있는 함정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총재의 방어논리이기도 하다.

이미 이총재는 단호하게 후보직 고수 의사를 밝혔다.

때문에 교체론자들의 주장은 사생결단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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