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로 수수료·대행비 아끼자 … ‘부동산 셀프족’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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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기도 부천에 사는 회사원 권모(37)씨는 서울 목동 89㎡형 아파트를 구하기 위해 하루 한두 번은 부동산 정보 사이트 직거래장터에 접속한다. 중개업소를 통하면 150만원 안팎의 중개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직거래하면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지자 직접 거래하고 등기 절차를 밟으려는 부동산 거래 셀프족이 늘고 있다. 공인중개사나 법무사를 배제함으로써 수수료나 컨설팅 비용을 아끼려는 것이다. 한 포털의 부동산직거래 카페는 회원 수가 21만 명이다. 매물도 하루에 1000건 이상 올라온다. 그만큼 직거래 희망자가 많다는 뜻이다.

부동산 직거래의 장점은 중개 수수료와 법무사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것. 현재 서울의 경우 중개 수수료는 매매가 기준으로 6억원 미만은 0.4~0.6%, 6억원 이상은 0.9% 이하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직거래한다면 중개 수수료만 최고 900만원이나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중개 수수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홀로’ 등기 땐 비용을 적잖이 줄일 수 있다. 4억원짜리 집을 사서 직접 등기하면 50만원 정도의 법무사 대리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지난달 분당신도시에 128㎡ 아파트를 매입한 김모(46)씨는 “며칠간 동사무소와 관할 등기소 등을 쫓아다니면서 60만원의 수수료를 아꼈다”며 “몸은 힘들었지만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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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부지방법원 등기과 최한식 실무관은 “ 요즘 법무사 대신 혼자 등기하려는 사람들이 지난해 말보다 20%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부동산 거래 때는 큰 액수가 움직이기 때문에 사고 팔 때 저지른 작은 실수가 큰 손해를 부를 수도 있다”며 “현장 답사를 통해 괜찮은 물건인지, 권리관계에 하자는 없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매 시장에도 셀프족이 늘었다. 경매 컨설턴트(변호사·법원에 매수신청 대리인으로 등록한 공인중개사 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2~3년 전만 해도 입찰자 중 절반 정도가 경매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았으나, 요즘은 그 비중이 30~40% 정도로 줄었다”고 전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사람들뿐 아니라 경매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거나 경매 서적을 탐독해 ‘내공’을 쌓은 응찰자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통상 감정가의 1% 또는 낙찰가의 1.5%의 수수료(컨설팅 비용)도 아깝게 여기는 것이다.

지난달 컨설턴트의 도움 없이 혼자 경매에 참가해 서울 공덕동의 한 아파트를 4억2000만원(감정가 5억원)에 낙찰한 박모씨는 “시세보다 싸게 구한 데다 630만원 정도의 컨설팅 비용도 아껴 흡족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매 절차와 방법을 잘 숙지하고, 권리 분석과 현장 답사 등을 철저히 한다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요즘에는 경매 정보 제공업체가 많아 양질의 매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많다. 메트로컨설팅 윤재호 대표는 “물건 분석이나 시세 파악을 제대로 못하면 낙찰하고도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물건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초보라자면 입찰에 앞서 약간의 자문료를 내고 투자 가치 등을 상담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조철현·임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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