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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말레이시아총리 잇단 돌출발언 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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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이제는 자제력을 잃은 것일까. 7월말 동남아 통화위기의 배후로 조지 소로스를 거명하면서 세계 여론의 주목을 끌었던 마하티르가 최근 잇따른 돌출 발언으로 또다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사실 마하티르는 반서구적 입장을 견지하는 다른 제3세계 지도자들과 달리 전세계가 그의 비판을 주목하고 경청한다는 점에서 서구사회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몇 안되는 아시아 지도자중 하나였다.

마하티르는 미국의 대 아시아정책을 일관되게 비판하면서도 미 해군 함정의 말레이시아 기항을 허용하고 외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비즈니스 외교를 펼칠 정도로 실용주의적이라는 평을 들어왔던 인물이다.

싱가포르의 유력지인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마하티르의 발언은 주변국가들의 통화를 교란시키고 있다" 며 우려를 나타냈을 정도다.

이런 마하티르가 돌출발언을 계속하자 이제는 진위 여부를 떠나 그가 이런 극단적인 말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대체로 마하티르가 경제실패의 책임을 서구세계에 돌림으로써 권위주의 체제의 실패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일반 말레이시아 국민들은 마하티르를 '할 말을 할 줄 하는 용감한 인물' 로 칭송하고 있다.

한 정치 분석가는 이런 지지를 바탕으로 마하티르가 99년으로 예정된 집권 말레이민족연합기구 (UMNO) 내의 선거를 아예 치르지 않거나 치른다 해도 무난하게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원배 기자

[마하티르의 최근 주요 발언]

▶7월22일 : 막강한 미국인 투자자 한명이 동남아 통화를 뒤흔들고 있다고 주장. 26일, 막강한 투자자가 조지 소로스라고 직접 거명.

▶7월27일 : 지난 48년 제정된 유엔 인권선언이 가난한 나라에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

▶9월20일 : 홍콩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 (IMF) /세계은행 연차 총회에서 통화거래는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이라며 불법화해야 한다고 주장.

▶10월 1일 : 칠레 순방중 서방투기꾼을 비난하고 통화거래의 규제를 주장.

▶10월10일 : 동남아 통화위기는 이슬람국가의 번영을 시기한 유태인들이 조장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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