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플레이오프 5차전 LG, 삼성꺾고 한국시리즈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호랑이 나와라!” 쌍둥이가 벼랑끝에서 올라온 사자를 밀어제치고 힘차게 호랑이를 불러제꼈다.

LG가 삼성의 마지막 안간힘을 뿌리치고 7 - 2로 승리, 19일 해태를 잠실로 불러들여 한국시리즈를 벌이게 됐다.

쌍둥이의 저력은 6회말 봇물터지듯 폭발했다.

2 - 0으로 뒤지던 LG는 마치 이 순간을 위해 온힘을 모아왔던 것처럼 한번 잡은 사자의 갈기를 놓지 않고 낚아챘다.

선두 동봉철이 기습번트안타로 출루하자 삼성은 지친 김상엽을 불러들이고 전병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서용빈은 좌전안타로 전병호를 두들겼다.

무사 1, 2루. 후속 김동수는 LG타선의 기둥. 그러나 LG벤치는 냉정했다.

동점을 위한 희생번트로 1사2, 3루. 승부의 순간. 팽팽한 긴장은 잠실벌을 꽉 채운 스탠드 구석까지 파고 들었다.

고요가 얼마쯤 흘렀을까. 전병호의 초구가 포수 김영진의 미트를 맞고 백스톱쪽으로 흘렀다.

3루주자 동봉철이 홈을 밟고 2루주자 서용빈이 3루까지 내닫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LG쪽으로 기울었다.

후속 이병규는 전병호를 향해 투수땅볼성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타구는 전의 글러브를 비켜 중전안타로 이어졌다.

2 - 2 동점. 계속된 1사1루에서 이병규가 2루도루를 성공시킨뒤 신국환이 우전안타를 때려내는 순간 우익수의 송구가 홈에서 빠졌다.

그리고 오버런한 이병규를 잡겠다고 던진 변대수의 송구가 이병규의 등을 맞고 좌익수쪽으로 흘렀다.

이병규가 홈으로 질주하면서 3 - 2 역전. 역전을 허용한 삼성은 그로기에 몰렸고 김태한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심재학의 타구를 좌익수 신동주가 판단미스, 3루타로 만들어주면서 4 - 2, 힘빠진 김태한을 김선진이 좌전안타로 두들겨 5 - 2, 2사후 박종호의 내야안타와 유지현의 좌중간 2루타가 이어지면서 6회말 LG의 이닝보드에는 '6' 이 새겨졌다.

LG가 94년 이후 3년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5회 2사후 등판한 이상훈은 4와3분의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 4차전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이태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