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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봅시다]백화점등 사은 핸드폰 사실상 돈내고 사는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S대학 4학년생 김영태 (金永泰.27) 씨는 지난 7월 '50만원이상 구입하면 사은품으로 휴대폰을 준다' 는 백화점광고에 끌려 60만원짜리 오디오를 사고는 휴대폰을 장만했다.

꼭 필요했던 것은 아니지만 공짜라기에 겸사겸사 해서 마련한 것. 백화점측은 "대신 1년간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는 설명을 덧붙였다.

金씨는 가입비 7만원 (소멸) 과 3년간 보증보험료 2만원을 내고 휴대폰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요금은 이동통신 회사의 요구에 따라 통장 자동이체로 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나 고지서를 받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기본료 1만8천원에 통화료 6만원등 모두 7만8천원이나 나온게 아닌가.

친구들에게 자랑 겸해 좀 많이 사용하긴 했지만 너무 부담스런 금액이었다.

그래서 1년간 휴대폰을 사용하는데 대한 부담이 어느정도가 될지를 따져봤다.

휴대폰 사용료는 월 기본료 1만8천원에 10초당 통화료 24원 (신세기통신).26원 (SK텔레콤) .이동통신업체에 따르면 휴대폰 소지자의 월 사용 시간은 평균 5시간 (3백분) 을 조금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경우 한달에 2시간 (1백20분) 정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전체의 5% 이내로 미미했다.

한달 사용료는 기본료 포함 최소한 3만6천원. 평균 시간을 사용하면 6만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결국 1년간 사용료는 가입비 7만원.보험료 2만원에 월평균 통화료 3만6천~6만원을 합해 52만2천~81만원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짜' 가 공짜가 아닌 것이다.

서울강남구 S대리점 관계자는 "공짜 휴대폰을 구입한 사람중에는 충동구매자가 많으며 1년후 절반 이상 해약한다" 고 말한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손해날 것 없다.

휴대폰 단말기는 대부분 이동통신업체 또는 지역 대리점등에서 거의 공짜로 공급해 주기 때문에 오히려 공짜로 손님을 끄는 셈이다.

이동통신업체 경우도 비슷하다.

한 관계자는 "단말기는 대부분 구형으로 싸게 구입하는데다 판촉비등을 합쳐도 연 50만원 내외면 충분하기 때문에 한명이라도 고객을 확보하면 이익" 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은행사는 최근 가정등 여러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호출기 (삐삐) 도 마찬가지. 길거리에서 '가입시 삐삐 무료제공' 등의 광고를 쉽게 볼 수 있지만 모두 '1년간 사용' 을 전제로 한다.

호출기 가입시 내는 돈은 보증금 2만2천원 (탈퇴시 돌려줌) ,가입비 4천4백원 (소멸) . 여기다 월 기본료가 7천9백원 (SK텔레콤은 8천원) 이고 음성사서함등을 사용하면 건당 3천원정도의 부가서비스료가 따로 붙는다.

이렇게 구입한 사람중 상당수가 집에 두고 한달에 한두번밖에 사용치 않지만 연간 15만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다.

金씨는 '공짜에 현혹되지 말고 철저하게 따져보고 구입해야겠다' 고 마음 먹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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