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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대역사]5.유러터널 계획…브레너 지하철도등 4곳 건설 추진(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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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국경을 연결하는 해발 1천3백74m 고지의 브레너패스 고속도로. 지난 76년 완공된 왕복 6차선의 이 고속도로는 험난한 알프스의 남과 북을 이어주는 핵심 육상 통로다.

알프스의 수려한 풍경을 즐기려는 승용차 여행객들에겐 물론이고 선진 산업국인 독일과 이탈리아 사이의 화물운송에 있어서도 브레너패스 고속도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용하는 차량이 급증하면서 브레너패스 고속도로는 심각한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여름휴가철에는 한국에서의 명절 귀성행렬을 방불케 할 정도로 거의 매일 초만원을 이룬다.

알프스를 통과하는 바늘구멍에 비유되는 브레너패스의 도로기능 저하는 유럽대륙의 원활한 혈액순환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이곳의 체증은 바로 유럽통합의 장애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애로를 극복하기 위해 알프스의 기반지하를 뚫어 터널로 남과 북을 직접 관통시키려는 세기 (世紀) 의 대역사가 진행되고 있다.

도버해협의 바다 밑을 연결하는 영.불 (英.佛) 해저터널이 영국 섬과 유럽대륙을 이어주는 젖줄이라면 알프스 지하터널은 유럽대륙의 남과 북을 잇는 대동맥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건설 대상에 올라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은 브레너 지하터널과 스위스의 고타르트.뢰취베르크 터널이다.

남프랑스와 북이탈리아를 잇는 몽세니 터널도 계획중이다.

브레너 지하터널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와 이탈리아 브레사노네 사이의 54㎞구간. 이는 영.불 해저터널보다 3㎞나 더 긴 것이다.

이 지하터널이 완공되면 남독일의 중심지 뮌헨과 북이탈리아 베로나 사이 4백46㎞를 2시간30분에 주파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매주 1백40편에 불과한 열차 통행량은 하루 2백40편으로 크게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 공사에는 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 3개국이 관계하고 있으나 아직 최종적인 사업계획은 확정되지 않고 있다.

이들 3개국은 공사를 위한 사전계약을 체결한 상태지만 재정지원 문제로 오는 2000년에 가야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건설기간은 10년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만성적인 체증을 빚고 있는 브레너패스 고속도로엔 현재 매일 7천~8천대의 화물차와 4만3천대의 승용차가 통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송되는 물동량은 지난 95년 2천3백만t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6% 증가한 것이다.

병행 건설돼 있는 브레너 철도로는 8백30만t밖에 수송되지 않았다.

2010년에는 브레너패스 고속도로.철도를 통해 4천6백만t의 화물이 수송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수송능력으론 도저히 감당해 낼 수 없는 물량이다.

브레너 지하직통 터널에 대한 이같은 절실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빠른 속도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엄청난 재원 때문이다.

터널 굴착에 필요한 예상 건설비는 90억마르크 (약 4조5천억원) .남북 연결철도와 차량 제조비까지 합하면 2백80억마르크를 웃돈다.

3개국 정부가 비용의 절반을 공동부담하고 나머지는 민간 출자로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핵심인 독일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게 약간 걸리는 대목이다.

또 극심한 운영난과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영.불 해저터널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 86년도 계획 당시 70억달러 (약 6조원)에 불과했던 해저터널 공사비가 완공 당시엔 두배가 넘는 1백50억달러로 껑충 뛰었다.

해저터널이 안고 있는 부채만 해도 1백40억달러에 달한다.

유럽연합 (EU)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스위스도 많은 유럽국가들로부터 알프스 통행 개선 압력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국가 거의 전체가 알프스 영봉에 휩싸여 있는 스위스는 1백여년 전부터 험난한 고산지역에 철도와 도로를 뚫어 산간마을들을 연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속으로 주행할 수 있는 육상 교통로를 확보하지 못해 국내에서의 자유로운 통행은 물론 국제적인 수송에서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착공을 기다리고 있는 고타르트와 뢰취베르크 지하터널은 이러한 체증을 일시에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위스는 이미 지난 92년 국민투표에서 이 2개의 지하터널을 건설하기로 결정한바 있다.

스위스 중부 에르스트펠트에서 보디오까지 57㎞ 구간에 건설될 고타르트 터널은 세계 최장의 지하터널로 기록될 것이다.

이 지역엔 현재 괴세넨과 아이롤로 사이의 철도.도로터널이 개통돼 있으나 성수기와 겨울철에는 상습 체증현상을 빚고 있다.

뢰취베르크 터널은 프루티겐에서 슈테크까지 33㎞에 걸쳐 건설될 계획이다.

고타르트.뢰취베르크 지하터널 공사계획은 이미 국민투표를 통해 통과됐기 때문에 별다른 여려움은 없다.

총 9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비용도 브레너 지하터널처럼 여러 국가가 공동부담하는 것이 아니어서 복잡하지 않다.

이 2개의 터널공사비 재정지출과 관련한 2차 국민투표가 내년으로 예정돼 있으며 이를 통과할 경우 곧 바로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지 최근 정밀지질조사 결과 고타르트 터널이 지나가는 곳에 피오라 분상추곡 (盆狀皺曲) 지역의 연약한 지반이 발견돼 공사에 다소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고타르트 지하터널은 당초 예정보다 2년 후인 2010년을 전후해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사비용 또한 많게는 7억프랑 (약 4천억원) 이 추가로 부담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뢰취베르크 터널은 2006년이면 통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남동 프랑스의 몽세니와 북서 이탈리아를 잇는 54㎞의 몽세니 알프스 지하터널도 구상중이다.

브레너 = 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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