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올 노벨상 독식…5개부문에 7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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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해도 미국의 노벨상 '독식 (獨食)'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올 노벨상중 문학상을 제외한 5개 전부문에 걸쳐 7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지난 6일 의학상을 거머쥔 스탠리 프루시너를 필두로 10일 '국제지뢰 금지운동' (ICBL) 대표 조디 윌리엄스가 평화상을, 14일에는 하버드대 로버트 머튼 교수와 스탠퍼드대 마이런 숄스 교수가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어 15일에도 스탠퍼드대 스티븐 추 교수와 국립표준기술연구소 윌리엄 필립스 연구원이 물리학상을, UCLA 폴 보이어 교수가 화학상을 각각 수상했다.

타지역에서는 이탈리아 극작가 다리오 포가 단독으로 문학상을 차지했을뿐 물리.화학상을 받은 프랑스.영국.덴마크 출신 과학자 3명은 미국인들의 틈에 끼어 영광을 안았다.

미국의 노벨상 싹쓸이 현상은 결코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지난 1901년 노벨상이 생긴 이래 수상 미국인은 모두 2백35명. 2위인 영국 (89명) , 그 뒤를 이은 독일 (70명) , 프랑스 (47명) , 스웨덴 (30명)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히 많다.

특히 미국의 독식은 미국의 국력이 막강해진 2차대전 이후 현저해지기 시작,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됐다.

공동수상의 경우가 있긴 하나 94, 95년에는 평화.문학상을 제외한 4개부문, 96년에는 평화.문학.의학상을 뺀 나머지 3개부문을 미국인들이 석권했다.

한마디로 평화.문학상이 아닌 노벨상 과학부문은 미국인들이 독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한편 이같은 성과는 무엇보다 미 고등교육의 질적 우세에 기인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 정부는 그간 대학과 연구기관에 매년 수십억달러를 지원, 괄목할만한 연구 성과를 거둬들일 여건을 만들었던 것이다.

자금사정이 풍족한 하버드.스탠퍼드.MIT등 미 명문대에 수상자들이 몰려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상자 선정 자체가 미국인들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종 수상자는 전세계 관련분야의 과학자들로부터 3명의 후보를 추천받아 결정토록 돼있는데 현재로는 미국학자들의 숫자가 압도적이어서 자연히 이들에게 상이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미국이 대부분의 학문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앞으로도 미국인들의 노벨상 독식현상은 여전할 전망이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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