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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고쳐 입으면 어때요, 바꿔 입으면 또 어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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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음이 아니라 유일함을 입는다.

대학원생 박은진(29)씨는 종종 20여 년 전 어머니가 입던 옷을 고쳐 입는다. “패션이란 입는 사람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죠. 물려받은 옷들은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앤티크 패션을 만들 수 있어요.” 그는 “낡은 옷을 고쳐 입는 건 유행을 따르는 게 아니라 희소성을 입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요즘처럼 빈티지 패션이 유행일 때, ‘낡음’은 패션 트렌드다. 빛바랜 천, 스크래치가 생긴 가죽은 오히려 감각적인 소재다. 시간이 흐른 만큼 옷에도 ‘스토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작은 물건 하나에 담긴 역사와 의미에 가치를 둘 때 슬로 패션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입던 옷을 재활용하는 건 ‘슬로패셔니스타’가 되는 초보 단계다. 가죽 재킷은 가방으로, 십수 년 된 원피스는 미니스커트로 만들어 입기도 한다. 필요 없게 된 옷과 가방 등을 중고 가게나 벼룩시장에 내놓아 옷의 수명을 늘린다.

슬로 패셔니스타는 즐겁다.

회사원 이라연(29)씨는 지난해부터 거의 옷을 사지 않는다. 직장 동료, 친구들과 날을 정해 각자 안 입는 옷을 가져오고 어울리는 임자를 찾아주면서부터다. 그는 “쓸 만한 물건을 버린다는 죄책감도 덜고 ‘중고 선물’을 받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리폼 전문강사인 이은교(42)씨는 일을 하면서 슬로 패션이 생활의 일부가 됐다. 수강생들에게 본보기가 될 리폼 옷들을 입다 보니 재활용 가게를 자주 찾는다. 얼핏 보면 촌스러운 옷들 중에 원단이 좋은 ‘대박’을 건져낸다. 고치기만 하면 명품이 부럽지 않다. 이씨는 “중고 옷은 여러 번 세탁한 것인 만큼 화학유해 물질 걱정도 없어 안심이 된다”고 했다.

‘안심’은 슬로 패션의 또 다른 키워드다. 이 때문에 슬로패션주의자들은 3년 이상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한 유기농 면 옷과 같은 친환경 소재를 찾아 입는다. 과거 아동복에나 적용됐던 친환경 소재는 요즘 성인 의류부터 아웃도어 의류까지 ‘에코 패션’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글=이도은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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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입는 옷을 기부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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