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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조직원 대거 이동 … “예멘, 과격 이슬람 안식처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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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다급해진 알카에다=최근 몇 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알카에다 소탕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알카에다가 아랍권에서 유전을 개발하는 서방 기업을 테러 표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오일달러 수입이 필요했던 사우디로선 예멘 정부와 합동으로 알카에다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 결과 알카에다 사우디 지부는 와해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멘 정부도 알카에다를 공격하는 데 적극 호응했다. 예멘 정부는 지난달 알카에다 핵심 조직원 두 명을 붙잡아 사우디 당국에 넘기기도 했다.

사우디와 예멘 정부의 양동작전을 맞은 알카에다도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지난 1월 알카에다는 이슬람 웹사이트를 통해 사우디와 예멘 지부를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통합 조직 수장으로는 예멘 출신 나세르 알와하이시가 뽑혔다. 그는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비서 출신이다. 지난해는 알카에다 2인자에 의해 예멘 무자헤딘의 사령관으로 임명된 바 있다. 그만큼 알카에다 지도부가 그에게 건 기대가 컸다.

알와하이시는 조직 재정비 후 강경 노선을 천명했다. 지난달 공개한 음성 녹음에서 그는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서방의 비위를 맞추려고 아덴만과 아라비아해에서 영국·프랑스 등 다국적 해군의 군사작전을 허용했다”고 맹렬히 비난하며 “결사항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테러도 외국인에 대한 무차별 테러를 선언한 와중에 발생했다.

◆알카에다 근거지 된 소말리아·예멘=로이터통신은 17일 한국 관광객 4명의 생명을 앗아간 테러 용의자가 소말리아에서 훈련받았다고 보도했다. 소말리아는 아덴만을 사이에 두고 예멘과 마주보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로 최근 해적의 근거지로도 알려져 있다. 과거 알카에다는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 산악지역에서 테러범을 주로 훈련시켰다. 그러나 이번 테러를 계기로 소말리아와 예멘이 알카에다의 새 근거지로 부각됐다.

두 나라는 알카에다가 활동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췄다. 경제적으론 세계 최빈국에 속한다. 그나마 선진국들이 2006년 말까지 예멘에 약속한 57억 달러의 재정 지원도 경제 위기가 닥치는 바람에 20%가 집행되는 데 그쳤다. 오랜 내전은 민심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두 나라 모두 이슬람권이어서 여론도 알카에다에 동정적이다. 압둘카림 이스마일 알아르하비 예멘 경제부총리는 17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400만 예멘인은 거친 전사들”이라며 “소말리아인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예멘 싱크탱크인 ‘정치발전포럼(PDF)’의 알리 사이프 하산은 “지난 20~30년간 문제 있는 이슬람인은 모두 이곳으로 왔다”며 “예멘이 과격한 이슬람인의 안식처가 됐다”고 밝혔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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