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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화의신청 배경과 전망…리조트 무리한 투자 '치명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쌍방울그룹이 화의를 신청하게 된 배경은 '무주리조트' 로 대표되는 종합레포츠사업에 대한 무리한 투자다.

여기에다 최근 기아사태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의 경색현상도 한몫을 했다.

특히 최근 불거져 나온 비자금 사건은 연루설 자체만으로도 쌍방울에게 치명타가 됐다는 후문이다.

쌍방울은 무주리조트 건설과정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3천8백8억원을 끌어 썼다.

특히 이중 2천8백73억원이 올초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직전인 지난해말 급전으로 빌린 단기자금이었다.

정부의 재정지원이나 은행권의 자금지원을 기대하고 일을 벌였었으나 레저산업에 대한 대출제한 때문에 이것부터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자금의 회임기간이 길기 마련인 리조트 설비투자재원을 단기급전으로 융통해서 쓸수 밖에 없었던 것이 위기를 부르는 시작이었다.

쌍방울그룹의 민우기 (閔宇基) 이사는 "종금사의 어음할인 만기가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3개월 만기짜리였으나, 기아사태 이후 만기일이 1주일 또는 하루 등 초단기로 바뀌면서 자금난이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고 말했다.

물론 그의 설명처럼 기아사태로 인해 자금난이 더 악화되긴 했어도 어차피 재원조달방법 자체가 비상식적이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무리한 사업확장에서 찾아진다.

실제로 모기업 쌍방울은 멀쩡했었다.

지난해의 경우 리조트부문에서만 3백4억원의 적자가 발생, 그룹을 대표하는 내의 등 섬유업 부문에서는 2백45억원의 흑자를 내고도 그룹 전체로는 5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쌍방울의 자구노력이 뒤늦게나마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일 계열사와 프로야구단 매각을 통해 6개월안에 부채상환용 4천2백억원을 마련키로 하는 등의 자구계획을 발표, 금융권의 긴급자금지원과 함께 종금사들의 대출금 회수유예 등으로 회생의 길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기아 등 잇단 대기업 부도사태 속에 자금시장이 경색됨에 따라 돈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기존대출의 대환이 불가능해지면서 결국 좌초하고 말았다.

쌍방울은 화의조건으로 李회장이 애착을 갖고 끝까지 지키려던 무주리조트의 매각을 제시했다.

쌍방울측은 쌍방울건설등 일부 계열사의 추가 화의신청도 검토중이다.

閔이사는 ㈜쌍방울등 모태업종인 섬유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그룹 해체의 길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법원의 화의개시 결정이 내려지는 내년 상반기까지 쌍방울개발.쌍방울건설등 일부 계열사의 매각이 이뤄지는등 쌍방울은 결국 재계 순위 51위에서 중견 섬유기업으로 추락할 전망이다.

정부로서는 내놓고 나서진 않았으나 쌍방울 부도를 어떻게 해서라도 막아주려 했었다.

미 BOA가 어음을 돌렸을때도 내부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도 파장에 대한 우려때문이었다.

그러나 화의가 이뤄진다해도 쌍방울의 진로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이원호·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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